`무일푼`으로 떠난 박태준..`사람`은 남겼다

by한규란 기자
2011.12.14 17:28:35

[이데일리 안재만 한규란 기자] `철강왕`의 마지막 가는 길은 외롭지 않았다. 집도, 주식도, 재산 한푼 남기지 않았지만, `사람`이라는 재산을 남겼다.

14일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특1호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전두환 전 대통령, 박용현 두산 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 내로라하는 정·재계 인사들이 빈소를 찾았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이 보낸 조문 화환들도 줄을 섰다. 병원 측에 따르면 오후 2시까지 조문한 인사만 해도 579명(포스코 임직원 제외)에 달했다.

이날 오전 8시40분께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말끔한 정장차림으로 빈소에 들어섰다. 그는 조문을 마친 뒤 박 명예회장의 외아들인 성빈씨에게 "명예회장의 숭고한 애국심을 이어받아 후배들이 더욱 노력해 국가를 사랑하고 사회에 공헌하는 세계 최고의 철강 기업이 돼 보답하겠다"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이후 정 회장은 유족들과 함께 상주 자리에서 조문객을 맞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은 조문을 마친 후 "산업계의 큰 별이 졌다"며 고인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오래 사셔서 산업계를 이끌어가셨으면 좋았을텐데 안타깝다"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정계 인사들도 차례로 빈소를 찾아 박 명예회장을 애도했다. 한 때 고인과 사돈관계였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오전 11시15분께 빈소를 찾았다. 그는 약 20분간 빈소에 머물며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오후에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4시20분께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했다. 박 전 대표는 "박태준 회장은 경제 토대를 만든 우리 시대의 거목"이라며 "선친과도 각별한 사이였다"고 회고했다.
 
곧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빈소를 방문, 이목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조문 화환을 보내 고인에 대한 애도를 표한 바 있다.
 
앞서 박 명예회장이 별세한 13일에도 밤 늦게까지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황경로, 정명식, 이구택 등 포스코 전 회장들이 장례식장을 찾아 빈소를 차리는 과정을 도왔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이희범 한국경영자총연합회장, 강덕수 STX그룹 회장 등도 잇따라 빈소를 방문했다.

한편, 박 명예회장의 장례는 사회장으로 결정됐다. 앞서 사회장과 국가장 사이에서 유족과 정부 관계자들의 논의가 거듭되며 발표가 다소 지연됐었다. 영결식장과 장지는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으로 정해졌다.

박 명예회장의 장례는 5일장으로 진행될 계획이며, 오는 17일 발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