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긴축 기조에도 해외증권투자 증가세…1분기 약 8108억달러"
by이윤화 기자
2022.06.09 12:00:00
한은, ‘2022년 6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발표
거주자 해외주식투자 작년에만 686억달러 증가
수익률 하락에 채권 투자 다소 둔화되나 순유입
대외순자산 확대 등 긍정적 효과 있으나 단점도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코로나19 이후 국내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는 주식을 중심으로 크게 확대되며 순투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이 기준금리 인상 등 글로벌 주요국의 통화정책 긴축 가속화에 따라 채권금리가 급등하고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여 대외투자 여건이 나빠졌음에도 국민연금, 개인 등을 중심으로 한 해외증권 순투자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22년 6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해외증권투자 보유잔액은 채권이 약 167억달러 증가한 2350억달러, 주식이 약 23억달러 증가한 5758억달러를 기록해 순투자 흐름을 이어갔다. 채권, 주식을 합한 총 해외증권투자 보유 잔액은 약 8108억달러에 달한다.
주체별 해외증권투자 동향을 나눠보면 거주자의 해외주식 투자는 작년 한 해 동안에만 686억달러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부문별로 보면 기타금융기관이 275억달러, 비금융부문이 212억달러, 일반정부가 182억달러 순으로 투자했다. 각각 자산운용사(해외펀드), 개인, 국민연금이 투자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말 기준 해외주식 보유잔액(5918억달러) 중 일반정부가 53%로 가장 많았고, 비은행금융기관이 32%, 개인과 일부 법인 등 비금융부문이 13% 등의 순이었다.
자산운용사가 설정·운용하는 해외펀드의 경우 기관투자가들의 투자수익 제고 및 분산투자를 위한 부동산,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대한 투자수요가 늘어나면서 관련 대체 자산형 펀드를 중심으로 해외투자가 확대됐다. 또 최근에는 개인의 해외주식형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확대도 자산운용사의 해외투자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개인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유동성 공급 확대, 언택트 문화 확산 등에 따른 미국 기술주 주가 급등의 영향으로 해외주식에 대한 직접투자가 크게 증가했다. 올 1분기 개인의 해외주식 보유잔액은 약 812억달러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분기(152억달러) 대비 큰 폭 증가했다.
정부의 대표격인 국민연금의 경우도 재정수지 흑자 규모의 꾸준한 확대, 운용자산 대비 협소한 국내 자본시장 규모 등을 배경으로 해외투자 비중을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해외투자를 크게 확대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재정수지 흑자(운용수익 제외 기준) 규모는 2010년 16조6000억원에서 2021년 24조4000억원으로 큰 폭 증가했다.
해외주식에 대한 투자 증가세와 달리 최근 거주자의 해외채권 투자는 수익률 하락 등을 이유로 다소 둔화되는 모습이다. 거주자의 해외채권 보유잔액은 2021년말 2429억달러에서 올 1분기 2350억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투자주체별로 보면 작년말 기준 보험사 비중이 45%로 가장 높고, 자산운용사 등 기타금융기관이 23%, 예금취급기관이 17% 등을 기록했다. 주요 채권 투자자인 보험사의 경우 2014~2017년 중에는 해외채권 투자를 크게 늘렸으나 2018년 이후에는 환헤지비용 증가 등으로 해외채권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순매수가 주춤한 모습이다.
다만 한은은 주식, 채권 등 국내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가 당분간 순투자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 재정수지 흑자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중기자산배분 계획에 따른 해외투자 비중이 2019년 35% 수준에서 2025년 55%까지 확대될 예정이라 향후에도 해외투자 확대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경우 미국 긴축 등의 영향으로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주가가 큰 폭 조정되면서 수익률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투자심리가 훼손되면서 해외투자가 위축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직접 투자 플랫폼 시장 확대에 따른 해외투자 거래 비용 하락, 투자인프라 개선 등으로 해외투자 저변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투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해외증권투자 증가는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은은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확대는 대외순자산 확대, 이자·배당수입 등 투자소득 증대 등을 통해 우리나라의 대외건전성을 개선시키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또 대내외적 악재로 시장 충격이 왔을 때 축적된 대외 투자자산 중 일부가 되돌아 올 경우 국내 외화자금 공급을 늘림으로써 외환부문 안정성을 제고하는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다만, 최근 경상수지 흑자폭 둔화 등으로 외환공급 축소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해외증권투자 증가가 이어진다면 외환수급 악화 및 이에 따른 외채 증가 가능성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단기외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내외 충격 등으로 외화자금이 유출될 경우 외환부문 변동성 확대 우려가 있으므로 관련 해외증권투자 동향, 외환수급에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