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지현 기자
2013.04.22 16:44:33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김효신(29 여)씨는 2년 전 여름만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7층 사무실로 향하던 중 정전돼 엘리베이터 안에 갇혔다. 김씨는 “내려가지도 올라가지도 못하는 아찔한 순간이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충북 청주에서 중소기업을 운영 중인 정영만(53·가명)씨는 급작스러운 정전으로 녹인 쇳물을 식혀주던 냉각팬이 멈추면서 공장 내부가 용광로 폭발 위험에 휩싸였다. 소방차 15대가 출동해 간신히 위험을 모면했지만, 그때만 생각하면 식은땀이 난다. 정씨는 “피해규모만 15억~20억원 정도”라며 “이번 여름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라고 걱정스러워했다.
지난 2011년 9월15일 초유의 정전사태가 난 지 2년여가 흘렀지만, 매년 여름이면 전력 대란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가 전력확충을 위해 추가 건설하려던 발전소 건설에 차질이 생겼고 최근 원전까지 잦은 고장으로 멈춰 서면서 제2의 전력 대란이 현실로 나타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여름 최대 전력수요는 7만 4291메가와트(MW)였다. 우리나라 발전설비 규모로 시간당 8만 1806메가와트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할 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남겨두는 전력 예비율은 10%도 안 되는 것이다. 만약 발전량이 그대로인 채 전력소비만 10% 늘어난다면 전국이 암흑으로 변하는 대규모 정전사태는 불보듯 뻔하다. 미국은 지난 2003년 뉴욕 전기가 일시에 나가는 블랙아웃이 발생해 100억달러의 경제손실을 봤다.
전문가들은 전력 수요가 매년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력회사 한 관계자는 “경제 성장과 함께 전력 수요도 증가하는데 최근 전력다소비 산업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져 전력수급불안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여기에 여름 폭염과 겨울 한파가 잦아져 냉난방기 활용률이 높아 가정용 전력수요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전력소비 증가량은 5.6%인 반면, 전력설비 증설율은 4.1%에 그치고 있다. 이렇다 보니 2011년 2회에 불과했던 전력 수급 비상경보는 지난해 12회나 발령됐다.
여기에 2010년 113건이었던 발전기 고장정지 건수가 지난해 161건으로 많이 늘어난 점도 전력수급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는 요인이다. 이원욱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의원은 “올 여름 전력수급 계획도 지난해와 차이는 없을 것 같다”며 “예비력 확보는 기본이고, 최대피크요금제, 수요관리형 요금제 등과 같은 절전대책을 점검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