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이사회 역할론 급부상..羅 거취 논의 본격화?

by원정희 기자
2010.10.19 15:05:14

"일정 조율되면 내달 4일 이전 이사회 열 것"
금감원 "이사회가 조기수습" 압박
라회장 거취 놓고 당국 VS 이사회 `책임 떠넘기기`지적도

[이데일리 원정희 기자] `신한사태`의 조기수습을 위해 이사회가 나서야한다는 `이사회 역할론`이 신한금융지주(055550) 안팎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금융당국까지 이사회의 역할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신한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사회가 이러한 안팎의 요구에 어떻게 부응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상훈 사장 직무정지 결정 이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신한금융 이사회가 다음달 4일로 예정된 이사회를 앞당길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신한금융 한 국내 사외이사는 "홍콩과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이사들까지 일정이 조율된다면 4일 이전에라도 이사회가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사회가 오는 4일 라 회장의 징계를 확정지을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이전에 후계구도와 라 회장의 거취에 대해 논의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사회가 열린다면 재일교포 주주들이 결의한 라 회장, 신상훈 사장, 이백순 행장 등 3인 동반퇴진에 대한 논의도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같은 입장은 전날(18일)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가 "신한사태는 신한금융 이사회 등 책임있는 기구가 조속히 사태 수습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사회를 압박하고 나선 직후에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신한금융 고위 관계자도 "이사들이 서로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후계구도 등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사회 일정이 앞당겨지더라도 금감원 제재심에서 라 회장에 대한 징계수위가 최종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식으로든 이사회가 먼저 결론을 내긴 어려울 것으로 신한금융측은 예상하고 있다.

국내 사외이사도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이 3인방퇴진에 대한 논의를 요구해온다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제재심이 열릴 때까지 소명작업을 하게 될텐데 징계가 확정되기 전에 (이사회에서 라 회장의) 거취를 결정하기는 좀 어렵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4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원론적인 수준의 논의만 있은 후 제재심 직후 다시 이사회를 열어 분명한 입장을 정리하는 수순이 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러나 재일교포 주주 및 사외이사들의 3인 동반퇴진 요구에 이어 금융당국까지 이사회의 책임있는 행동을 요구하고 나선 게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당국의 이러한 압박은 신한사태를 오래 끌고 갈수록 신한금융의 내부 분열이 심화되고, 신한금융의 상처도 깊어진다는 우려감에서 나왔다. 이번 사태가 더 확산되면 국내 은행산업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라 회장의 거취를 결정지을 제재심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이런 의중을 드러낸 것은 이사회에서 먼저 라 회장의 퇴진을 결정해달라는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일각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빨리 처리하지 않고 제재심 결과를 기다린다고 하는 것은 결국 검찰이든 금융당국이든 밖에서 라 회장의 거취를 결정해주길 기대하는 것 아니냐"며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또다시 모든 화살이 금융당국으로 날라올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

금감원이 라 회장에 대해 어느정도 수위의 징계를 내리든 뒷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금감원 스스로 `당국이 라 회장을 밀어냈다`는 `무거운 짐`을 먼저 짊어지고 싶지 않은 분위기가 금융당국 내에 팽배하다. 

이사회도 부담을 지고 싶지 않아하긴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사회가 이같은 금융당국의 의중과 재일교포 주주 등의 요구에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