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좌동욱 기자
2007.08.16 17:05:37
이명박, "하늘 두 쪽 나도 내 땅 아니다"..의혹 전면 부인
박근혜, "검찰 수사결과 전부 공개하라"..역전 모드 돌입
검찰 수사결과 추가 공개 여부, 한나라당 경선 ''태풍의 눈''
[이데일리 좌동욱기자] D-데이를 불과 사흘 앞둔 16일, 한나라당 경선은 검찰발(發) '도곡동 땅' 실소유 논란으로 요동쳤다.
이명박 후보는 이날 오후 여의도 캠프에서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 "하늘이 두 쪽 나도 도곡동 땅은 내 것이 아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경선 이후 가장 강경한 어조였다. 이 후보는 검찰에 대해서도 '수사 결과를 공개하도록 압력을 넣은 배후를 밝히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박근혜 후보측은 "검찰이 수사 결과를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다"며 검찰과 이 후보를 모두 압박했다. 박 후보측은 검찰이 수사 결과를 추가 공개할 경우, 경선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해질 것으로 보고 타깃을 '검찰의 수사결과 공개'에 집중하고 있다.
검찰이 수사결과를 추가 공개할 경우 한나라당 경선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안개 속' 형국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여의도 캠프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도곡동 땅은 하늘이 두쪽 나도 내 땅이 아니다"며 차명재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그는 "검찰이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협박할 것이 아니라 즉각 다 공개하기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가 경선 기간 중 자신의 의혹에 대해 기자회견을 빌어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그는 검찰에 대해서도 "수사가 종결되지도 않은 사안에 대해 조기 발표하도록 압력을 넣은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며 정상명 검찰총장에게 칼끝을 겨눴다. 검찰은 정 총장의 재가를 받아 수사결과를 공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측이 제기한 후보 사퇴론에 대해서도 "가장 저급한 정치 공세"라며 박 후보에 대해 "오늘 TV 토론 전까지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지금까지 이 후보의 발언 수위 중 가장 강경한 어조다.
이는 박 후보측의 잇딴 네거티브 공세에 대해 '이명박 대세론'으로 대응하던 과거 전략과 달라진 모습이다. 그만큼 현재 상황이 위기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 특히 이 후보는 전날 검찰이 '정치적 비난을 계속할 경우 지금까지 수사 내용을 공개할 수 있다'고 경고한 데 대해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기자회견은 오전 박희태·김덕룡 공동선대위원장에 이어 오후에 이명박 후보가 직접 나서는 형태로 진행됐다.
박희태 선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지난 번 발표 때도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결론도 없이, `이상은씨 땅이 아닌것으로 보인다`는 전대 미문의 표현을 써가며 발표하더니, 어제는 휴일 저녁 7시에 발표할 사안이 되나"라며 검찰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박 후보측은 지난 13일 검찰 수사 발표를 계기로 '역전 모드'에 돌입했다. 이 후보측에 대한 공세도 보다 신속, 간단해졌다. 검찰의 중간수사 발표로 ''라는 그간의 네거티브 공세가 먹히기 시작했다는 분석.
홍사덕 위원장은 이날 이 전 시장이 기자회견을 가진 지 20여분만에 당사 캠프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 후보는 이상은, 이영배, 이병모 등 3사람이, 검찰이 확보한 수사결과를 발표해도 좋다는 동의서를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상은씨는 이 후보의 맏형이며, 이영배, 이병모씨는 이 후보의 재산을 관리하고 있는 사람이다.
홍 위원장은 이날 오전에도 한나라당 선대위원장의 기자회견 직후 같은 요지의 브리핑을 가졌다. 이날 박 후보측 인사들은 모처럼 여유가 흐르고 미소가 넘쳤다.
박 후보측 관계자는 "우리는 아직 장수(박근혜)가 나설 상황은 아니다"고 귀띔했다.
이날 홍 위원장을 비롯한 박 후보측 관계자들은 그간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후보 사퇴론'을 거론하지 않았다. 이는 검찰이 수사결과 전말만 발표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홍 위원장은 "후보 사퇴론에 대해 사과하라"는 이 후보의 요구에 대해서도 "우선 동의서부터 제출하라"고 못 박았다. 김재원 대변인은 이 후보의 브리핑 직후 '하늘이 두 쪽 날 것 없이 이상은, 이영배, 이병모씨 동의서를 검찰에 제출하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단 두줄짜리 논평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