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저커버그 만나 "韓 훌륭한 플랫폼" 세일즈…TSMC 의존도 논의(종합)

by권오석 기자
2024.02.29 12:27:29

2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서 30분 간 접견
열린 AI 디지털 생태계 조성 비전 및 양국 간 협력 방안 논의
尹 "한국, 훌륭한 플랫폼…메타와 큰 시너지 낼 것"
저커버그, 대만 TSMC 의존도 높은 문제도 언급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AI(인공지능) 디지털 생태계 조성을 위한 비전 등을 논의했다. 특히, 대만 파운드리 기업인 ‘TSMC’에 대한 의존 문제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은 저커버그 대표와 약 30분간 대화를 가졌다”며 “열린 AI 디지털 생태계 조성을 위한 비전과 메타와 한국 기업 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사회 구현을 위한 글로벌 플랫폼으로서의 메타의 적극적인 역할 필요성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저커버그가 한국을 찾은 건 10년 만이다.

성 실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AI 기술이 데이터 센터·자율주행차·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분야로 적용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AI 경쟁이 본격화되고, 특히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AI 반도체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AI 시스템의 필수적인 메모리에서 한국 기업이 세계 1, 2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한국 기업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한미 양국 정부 간 긴밀한 공급망 협력 체계가 구축돼 있는 만큼, 필요하다면 정부 차원에서도 양국 기업 간 협력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성 실장은 “윤 대통령은 전 세계 소비자로부터 높은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는 스마트 가전·웨어러블 디바이스·스마트카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이야말로 메타의 AI가 적용될 수 있는 훌륭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메타는 2021년 사명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변경할 만큼 메타버스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성 실장은 “윤 대통령은 한국도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래의 먹거리인 메타버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며 “메타버스 생태계 조성을 위해 R&D(연구개발) 인재 양성 등 메타와의 협력을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메타버스의 중요한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구상하는 ‘XR(확장 현실) 헤드셋 분야’에서 메타가 하드웨어의 강점을 갖는 한국 기업과 협력한다면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윤 대통령은 메타가 상상하고 설계한 것을 한국 산업이 적극적으로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대통령은 최근 늘어나고 있는 AI를 악용한 가짜 뉴스와 허위 선동 조작은 자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임을 지적, 올해는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선거가 있는 만큼 메타와 같은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이 가짜 뉴스와 각종 기만 행위들을 신속하게 모니터링하고 조치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을 가져줄 것도 주문했다.

성 실장은 “윤 대통령은 메타의 개방형 혁신 생태계 조성에 동의하면서 한국 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으며 빅테크와 각국 정부들이 함께 연대해 디지털 생태계를 조성해야 함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저커버그 대표는 한국에 부품을 많이 의존하고 있지만 대만 TSMC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취지의 얘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이날 취재진을 만나 “(저커버그 대표가) 삼성이 파운드리 거대 기업으로 글로벌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에, 삼성과의 협력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얘기했다”고 귀띔했다. 이에 윤 대통령이 “삼성전자가 투자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정부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해당 관계자는 “현재의 지정학적 상황에서, 메타 입장에서도 TSMC에 많이 의존하는 데 대해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