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3월' 朴, '여론전' 가늠할 탄핵찬반 '세 대결' 주시

by이준기 기자
2017.03.01 16:30:00

일각에선 '박사모 답신'-'김관진 통화' 거론하며 '무언의 여론전 시작됐다" 분석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제98주년 3·1절인 1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로 진행된 촛불·태극기집회를 관저에서 TV를 통해 주시했다고 한다. 자신의 운명을 가를 탄핵 찬반 여론을 직접 가늠해 봤다는 것이다.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전원도 정상 출근해 상황 분석에 주력했다. 박 대통령 측은 여론의 향방을 재면서 조만간 박 대통령이 직접 ‘여론전’에 뛰어들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측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차분하게 두 집회 상황을 지켜봤다”고 짧게 언급했다. 다만, 찬반 여론이 이르면 내주 후반께로 점쳐지는 헌법재판소의 선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촉각을 곤두세웠다. 다른 관계자는 “태극기집회 규모가 촛불을 넘어선 지 꽤 됐다”며 “우리로선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이미 박 대통령 측이 ‘무언의 여론전’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전날(2월28일) 박 대통령이 팬클럽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측에 감사의 메시지를 전달한 게 대표적이라는 것이다. 앞서 박사모 측이 지난 2일 박 대통령의 65번째 생일을 맞아 ‘백만통의 러브레터’를 청와대 민원실에 접수하며 보내온 데 따른 답신의 성격이었으나 찬반집회를 코앞에 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응원메시지’가 아니냐는 얘기다.

이를 두고 야권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태극기집회 총동원령을 내린 것”(양순필 국민의당 수석부대변인)이라고 반발했으나 박 대통령 측은 “매년 보내오는 박사모 측의 편지에 답신한 것일 뿐”이라며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집회 당일에 허버트 맥마스터 신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첫 전화통화를 하고 차질 없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재확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본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태극기집회에는 항상 성조기도 같이 휘날린다”며 “양국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의 움직임에는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위한 의도도 숨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이 특별검사팀의 대면조사를 사실상 걷어찬 데 이어 최후변론을 위한 헌재 출석도 거부한 상황에서 당장 ‘장외여론전’에 나서기는 만만치 않으리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직접 언론인터뷰나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대국민 메시지를 낼 가능성은 아직 배제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 측 내부에선 여론의 추이가 여론전 재개의 최대 관건으로 본다. 한편에선 파괴력이 큰 태극기집회에 직접 참석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으나 박 대통령 측은 “그럴 가능성은 제로”라며 선을 그었다.

대신 박 대통령 측 법률 대리인단이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자체가 적법하지 않고, 대통령직을 파면해야 할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이 없다는 논리로 여론전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전날 라디오에 나와 “국회의 탄핵안 의결 자체를 부적법하다고 돌려보내는 게 각하다. 각하가 정답”이라고 주장했다. 김평우 변호사는 이날 태극기집회에 참석해 연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