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시대]①베이비부머 `행복한 노후 어디에?`

by구경민 기자
2010.10.26 16:01:02

자녀 뒷바라지·부모 봉양 이중고 "노후 준비 남의 일"
퇴직연금, 고령화 시대 해결책

[이데일리 구경민 기자] 띵동! 띵동!..."택배 왔습니다. 김○○ 계십니까".  택배기사는 60대 할아버지다. 편의점을 가니 50대 점원이 "과자 1개, 아이스크림 2개가 총 3500원"이라고 말한다.
 
"휘발유 얼마나 넣어드릴까요" 주유소에서 50대 직원을 보는 일은 흔하다. 

베이비부머들이 20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아르바이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 3년간 중장년층 아르바이트 구직은 3배나 급증했다.

퇴직 이후 집안에 앉아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자녀 대학 자금에 결혼비용까지 지원해야 하다보니 쉴 수만은 없는 일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대체로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에서 1963년 사이 태어난 사람들을 뜻한다. 47~55세 연령층인 그들은 여러가지 사유로 직장을 나왔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다. 또는 은퇴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대부분 20~30평 남짓한 집 한채정도에 불과하다.
 



실제로 6. 25 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1955년에 태어난 모 기업체의 이 부장은 배고픈 유년 시절을 보냈다. 보릿고개의 경험과 지독한 가난 속에 고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했다. 배우지 못한 평생 한 때문에 자식에게만큼은 비싼 과외비까지 들여가며 교육을 시켰다.

자식들을 4년제 대학교까지 뒷바라지하고도 이제는 결혼  때문에 또 고민이다. 자녀 결혼을 위해 전세라도 얻어 주려면  1억~2억원이 필요하다.  집값은 떨어지는데 전세값이 치솟아 `전세대란` 국면이다.

결국 보유하고 있는 집을 팔아 전세로 살기로 하고 자식의 전세집을 마련해 주기로 결정했다. 그는 남은 노후를 살아갈 앞날이 깜깜하다. 



젊은 시절 술, 담배도 하지 않고 영화나 공연이라는 것을 접해본 적도 없을 만큼 알뜰살뜰 살아왔지만 퇴직 이후 믿을 곳이라고는 국민연금 밖에 없다. 그것도 60세 이상이 돼야 받을 수 있고, 금액 역시 기초생활자 수준에도 못미친다.

또 70~80년대 경제성장과 1997년 외환위기, 그리고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한 이 세대는 대다수가 부모 봉양과 자녀 지원이라는 이중 부담 속에 정작 자신의 노후는 국민연금에 의존한채 경제적 불안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국세청 소득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노인의 32%는 금융자산은 물론이고 소득이 한 푼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빈곤에서 허덕이다 보니 병원도 못 가는 노인들이 수두룩하다. 또한, 60세 이상 노인들 중 생활비를 자녀 및 친척의 도움에 의지하는 비율이 37%나 된다고 한다. 

노령화 시대가 급속하게 전개되면서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보다 퇴직 이후의 시간이 길어져 노후 대책은 준비해야 할 필수조건이 돼버렸다.

국민연금에 의지할 수도 없고, 위험 자산에도 넣자니 불안하다. 때문에 안정적이면서도 금리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퇴직연금은 더 미룰 수 없는 선택요소가 되고 있는 양상이다.

퇴직연금은 단순히 퇴직자를 위한 `저축 수단`이 아니라 빠르게 진행되는 노령화 사회에 대비한 노년층의 `생계 비용`이다. 퇴직연금제도는 기업이 임직원의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재직중 퇴직급여를 별도의 금융기관에 적립하고 근로자가 퇴직할 때 일시금 또는 연금형태로 지급하는 기업복지제도다.

특히 내년까지 퇴직보험 및 신탁제도 소멸,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개정, 국제회계기준 변경 등 굵직한 이슈들이 있어 퇴직연금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