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오마이뉴스 기자
2005.07.20 20:38:58
[오마이뉴스 제공] "열린우리당은 새로운 진보정치 세력이 되어야 한다. 민주노동당과 같은 급진적 좌파와는 차별성을 가져야 하고, 한나라당의 신자유주의는 극복해야 한다."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원의 고민은 사회, 경제, 복지정책 등에 대한 당의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데 있다. 신 의원은 20일 "열린우리당이 지난 1년간 정체성을 찾는 데 있어서 상당히 미흡했다"며 "지지자들이 기대했던 것에 도달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기남 의원을 비롯해 이목희·김형주·김태년 의원 등 현역의원 9명과 함운경·신동근 중앙위원 등 당내 진보성향 활동가 107명이 19일 저녁 모임을 가진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들은 "새로운 진보이념을 세우고 정치권 전반에 확산시켜 새로운 진보이념이 추구하는 가치로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도모하겠다"며 "신진보연대"를 창립하기로 하고 준비 모임을 결성했다. 이들은 개혁진보세력의 변화를 꾀한다는 점에서 최근 보수진영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뉴라이트 운동"의 대항마적 성격을 띠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신기남 "신자유주의는 우리당에 어울리지 않아"
신기남 의원은 20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당은 사상과 철학, 이념이 제일 중요하다"며 "노선과 이념이 확립되어야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을 수 있고, 국민들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에서는 그런 것에 대한 관심이 적고, 오히려 그런 것을 논의하는 것은 불필요하거나 논의조차 해서는 안된다는 풍토가 있는데, 대단히 우려스럽고 옳지 않다"며 "민생을 챙기는 것은 언제나 해야 하는 것이고, 민생을 잘 챙기하려면 사상과 철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부동산 정책 같은 경우도 철학이 있어야 일관된 정책을 내놓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실질적 평등, 사회 경제적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고 말해, 최근 여권의 경제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당 지지자들 중에는 열린우리당이 신자유주의로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하고 있는데, 신자유주의는 우리당에 어울리지 않는 얘기"라며 ""서민을 위한 정당이 어디냐"는 질문에 민주노동당이 1위를 하고, 한나라당 2위, 열린우리당이 3위를 한 여론조사가 나온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신진보연대 "뉴라이트 운동의 대항마적 성격"
다음달 말쯤 공식 출범할 예정인 신진보연대는 "열린우리당의 노선과 강령을 새로운 진보이념에 맞게 새롭게 정립하고, 이를 위해 정치적 활동을 전개"하기로 당면 목표를 설정했다. 이들은 특히 "개혁진보지향 제 세력의 연대를 통해 새로운 진보이념의 확산을 도모할 것"이라며 "활동영역을 당 내로 국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세 확대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최근 여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연정론이 신진보연대의 향후 행보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주목된다. 정치권에만 한정돼 논의되고 있는 연정 논의를 사회·경제분야 등으로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주창하고 있는 "신진보주의"는 "만인의 자유를 확대하기 위한 사회적 평등"을 이념적 배경으로 하며, "신자유주의와 좌파근본주의를 반대"하고, "진보의 자기혁신"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진보연대를 두고 뉴라이트 운동에 대적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신진보연대측의 한 관계자는 "(신진보연대가) 뉴라이트에 대한 대항마적 성격이라는 말도 맞다"고 동의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열린우리당이나 진보세력의 큰 문제점은 뉴라이트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인적 숫자가 적다는 등의 이유 때문에 이를 가볍게 여기는 것"이라며 "뉴라이트에 대적할 수 있는 진보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신진보연대는 결의문에서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개혁진보세력이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세력의 도전 앞에 무기력과 무능력을 드러내고 있는 것에 대해 우리는 심각한 위기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과거 반공반북, 국가중심주의에 매여 있던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은 21세기를 맞아 "공동체자유주의"를 내걸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며 "이에 비해 진보주의자들은 스스로의 이념과 노선을 확립하지 못한 채 세계화, 정보화라는 변화의 물결 앞에서 표류하고 있다"고 자성했다.
이들은 "현재 개혁진보세력의 주춤거림은 무엇보다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비전과 의지, 능력의 부족에 기인함을 통감한다"며 "그동안의 사상적 게으름을 떨치고 새로운 이념적 기초를 다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한편 신진보연대 준비모임은 간사단에 신동근, 장상훈 공동대표를 비롯해 함운경, 박준명, 박왕규, 김동호(서울), 박공우(경기), 유행렬(충북), 임각철(충남), 임봉철(대전), 김윤덕(전북), 팽용일(대구), 정진우(부산), 허성무(경남), 최향동(광주), 박철수(전남), 신건승(강원) 등 전국 각지의 활동가들을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