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투톱시대 가고 춘추전국시대 열리나

by김태현 기자
2017.07.18 10:35:31

국순당·배상면주가, 2010년대 들어 하락세
백세주와 산사춘 등 단일 브랜드에만 집중
세대교체 마친 전통주 양조장, 성장 이끈다

(그래프=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전통주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백세주’와 ‘산사춘’으로 전통주 전성기를 열었던 국순당(043650)과 배상면주가가 이끌던 투톱시대가 가고, 세대교체를 마친 전통주 양조장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춘추전국 시대로 변하고 있다.

여기에 전통주 활성화를 위해 국세청이 오픈마켓 판매 허용 등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전통주와 지역특산주 면허를 가지고 있는 전통주 양조장들의 성장세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전통주 시장을 이끌던 국순당과 배상면주가의 실적은 2010년대 이후 계속해서 감소세다.

2011년 1277억원의 매출을 올린 국순당은 이듬해인 2012년 매출이 1187억원으로 줄었다. 이후 2013년 992억을 기록해 1000억원대 매출이 무너지더니, 2014년 919억원, 2015년 774억원, 2016년 697억원으로 매출이 급감했다. 불과 5년 사이에 매출이 거의 반토막이 났다.

배상면주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04년 371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배상면주가의 지난해 매출은 138억원으로 50% 이상 줄었다. 지난해 신성장동력으로 프랜차이즈 사업 ‘느린마을 양조장’을 선보였지만, 산사춘와 ‘느린마을막걸리 등 기존 제품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국순당과 배상면주가는 실적 개선을 위해 안감힘을 쓰고 있다. 국순당은 올 상반기 희망퇴직을 진행하며 허리띠 조르기에 나서는 한편, ‘쌀 바나나’ 등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배상면주가는 제조와 유통을 통합한 양조장 컨설팅 서비스 ‘동네방네양조장’을 선보이며 유통망 확보에 안감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배상면주가는 2000년대 초반 직접 대리점을 운영하며 전국구 유통망을 형성했지만, 이후 실적 부진으로 대리점이 문을 닫아 유통망이 축소됐다.



업계 관계자는 “백세주와 산사춘 등 히트 상품 하나에 의존한 매출 구조가 지금의 결과를 만들었다”며 “맥주와 소주 중심으로 재편된 주류시장도 매출 감소에 한몫했다”고 말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최근 가양주 형태로 술을 빚어오던 전통주 양조장들은 세대교체를 마치고 정식으로 면허를 취득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5년 지역특산주·민속주 제조면허 건수는 776개로, 2011년(540개)보다 236개나 늘었다. 그만큼 향후 시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다양한 종류의 전통주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이같은 트렌드를 포착한 30~40대 젊은이들이 양조장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세대교체를 마친 양조장들은 다양한 마케팅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4대째 대를 이어가고 있는 지평주조를 이어가고 있는 김기환 대표는 2015년 주력 제품인 ‘지평 쌀 막걸리’ 도수를 6도에서 5도로 낮췄다. 저도주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것. 도수를 낮춘 이후 지평주조 연매출은 약 43억원에서 6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한산소곡주를 제조·판매하는 삼화양조장은 지난 5월 방문객 체험을 위한 체험장과 전시관을 열었다. 여기에 한산소곡주를 중심으로 서천군을 소개하는 ‘한산마중물’ 서비스까지 선보였다. 삼화양조장 마케팅·홍보는 2011년 합류한 조민경 부사장이 맡고 있다.

한편, 국세청이 전통주 시장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전통주 오픈마켓 판매 허용’ 정책도 동안 유통망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이들 양조장 성장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한산소곡주 테마의 관광 서비스 ‘한산마중물’을 운영 중인 조경민 삼화양조장 부사장이 삼화양조장 갤러리에서 한산소곡주 빚는 법을 방문객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