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월 500만원 이상 고가 월세 거래 72% 증가

by이승현 기자
2016.01.21 11:30:21

서울 서초·강남·용산에서 주로 거래
고급아파트 임대수익 노린 투자 증가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주택 임대차시장에서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빨라지면서 월 500만원이 넘는 고급아파트 월세 거래량도 크게 늘고 있다.

부동산전문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국토교통부의 아파트 실거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총 18만 2507건으로 2014년 대비 18.4%(2만 8383건) 증가했다.

특히 월 500만원 이상 고급아파트 월세 거래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거래된 월세 거래에서 보증금을 제외한 순수 월세만을 기준으로 할 때 월 500만원 이상 고급아파트의 월세 거래량은 43건으로 2014년 25건보다 72% 증가했다.

거래 금액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전국 월세 거래 중 보증금을 제외한 순수월세액 기준으로 가장 비싸게 거래된 10건의 합은 9210만원에 달했다. 이는 2014년 상위 10건의 합인 8443만원과 비교하면 약 9% 늘어난 수치다.

△2015년 전국 아파트 월세액 상위 10건 [자료=국토교통부]
상위 10건의 개별 거래를 살펴보면, 지난해 전국에서 월세가 가장 비쌌던 곳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선데일 전용 255.4㎡형으로, 보증금 3억 월세 1000만원에 거래됐다. 이어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전용 244.54㎡, 보증금 3000만원 월세 1000만원), 강남구 청담동 휴먼스타빌(193.51㎡, 보증금 1000만원 월세 1000만원) 등의 순이었다.

월세가 1000만원이 넘는 거래도 5건이나 된다. 2014년에는 3건이었다. 상위 10개 단지는 모두 서울 서초·강남·용산구 등 고급아파트가 몰려 있는 지역에 있었다.



서초·강남구 등 강남권은 대기업 및 각종 기업체들이 몰려 있어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사업 편의성을 위한 거주 수요와 자녀 교육을 위한 수요가 많다. 용산은 각국 대사관과 외국계 기업, 주한미군 관련 수요가 주요 월세 거래 대상이다. 이들은 고가의 월세를 지불하더라도 지역 내 고급 인프라를 누리고자 하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고급 아파트의 월세 거래 증가는 부동산 투자 트렌드가 시세 차익에서 월세 수익으로 확대되면서 투자자 증가로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강남권에서 분양하는 고급아파트에는 실거주뿐 아니라 투자 수요도 많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분양 중인 반포 래미안아이파크 분양 관계자는 “최근 분양 문의 중에서는 수익률 등 월세 관련 투자를 목적으로 한 수요자가 상당수”라며 “지난해 반포동을 비롯해 강남권에서 고급아파트 월세 거래가 늘고, 유지도 순조롭게 진행되다 보니 새 아파트를 볼 때도 월세 수익을 거두기 위한 투자 목적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도 고급아파트 월세 거래량 증가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권 재건축 사업의 영향이 크다. 올해 강남권에서는 개포시영, 삼호가든3차 등 재건축 아파트 이주 수요가 1만 1000여가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센터장은 “강남 거주자들의 경우 자녀 교육이나 사업상의 이유로 강남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해 고가의 월세를 지불하더라도 기존 생활권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돼 고급아파트 월세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