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1년내 갚을 빚만 160조..美제재에 자금조달 비상

by이정훈 기자
2014.07.23 13:24:55

러시아, 1년내 만기부채 1570억달러..올 12월에만 350억달러
로즈네프트 등 국영기업 `비상`..은행권 단기외채도 부담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러시아 정부와 국영기업, 은행, 민간 기업들이 앞으로 1년내에 상환해야 하는 부채가 1570억달러(약 160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러시아 기업들이 미국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도록 한 미국의 추가 제재조치로 인해 러시아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 경제 전문지인 비즈니스위크는 22일(현지시간) 모건스탠리의 분석 자료를 인용, 러시아가 1년내에 부채 상환을 위해 조달해야 하는 자금 규모가 1570억달러에 이르며, 특히 올 12월 한 달에만 350억달러를 마련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내년에도 하반기로 갈수록 상환해야할 채권 부담이 커진다.

월별, 분기별 러시아 정부와 공기업, 은행권, 민간기업의 부채 만기도래 현황 (자료=모건스탠리)


앞서 미국 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조치를 마련, 러시아 기업들을 정조준했다. 미 재무부는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인 로즈네프트와 천연가스 업체인 노바텍, 3위 은행인 가즈프롬뱅크 등 러시아 기업들이 미국 자본시장에서 만기 90일 이상인 신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도록 했다. 또 칼라쉬니코프 콘체른 등 8곳의 러시아 국영 방산업체들에게도 동일한 조치를 취했다.

단기자금 조달은 허용해 해당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를 맞지 않도록 배려하면서도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이고 중장기 조달을 차단함으로써 효과적으로 러시아 경제의 숨통을 죄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 금융시장에서의 자금 조달 길이 사실상 막혀버린 러시아 기업과 은행, 국영기업 등은 새로운 자금 조달원을 찾아야할 판이다.



앤더스 애슬런드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 겸 페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 연구원은 “이같은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러시아 국영 은행들이 일단 자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고 중국이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그 외에는 다른 수단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 중앙은행(CBR)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직접 기업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이 경우 외환보유고가 급감할 수 있고, 대외 자본도 급격하게 빠져나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는 4783억달러로, 이는 러시아의 17개월치 수입액에 맞먹는 수준이다.

기업별로도 로즈네프트의 경우 올 2~4분기중 만기 상환을 위해 조달해야할 자금 규모가 4700억루블(약 13조7400억원)에 이른다. 내년에도 연간 6490억루블을 마련해야할 상황이다. 노바텍도 올해와 내년에 510억루블을 상환해야 한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430억루블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중국 은행들에 자금 조달을 위해 협상을 시작했다.

현재 1600억달러에 이르는 금융기관의 12개월 미만 단기외채 상환도 부담이다. 국영 은행들이 330억달러이고, 국영 제2금융권이 410억달러, 민간은행이 200억달러, 특히 민간 제2금융권이 670억달러를 갚아야 한다. 당장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긴 하지만, 제재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결국 국내 시장 의존도가 큰 러시아 기업들의 사정을 감안할 때 러시아인들이 소비를 줄이고 더 많은 저축을 해야할 상황이다. 이는 경제에도 악영향을 키울 수 있다.

이에 따라 모건스탠리는 국제유가 상승이 도움이 되고 있지만, 러시아 경제가 올해말쯤 침체기로 접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