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백종훈 기자
2008.02.01 18:35:18
법원, 허위감자설 유포에 `철퇴`
"허위 보도자료·기자회견 안돼"
"증권시장 기망…국민경제 저해"
[이데일리 백종훈기자] 외환카드 주가조작의혹 사건 1심 판결이 예상을 깨고 론스타측의 일방적인 패소로 1일 마무리됐다.
서울중앙지법(형사24부 이경춘 부장판사)은 이번 판결에서 주가조작 공모와 허위감자(減資) 계획 유포 등 증권시장 참여자들이 지양해야 할 여러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 특히 언론에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대중을 속일 목적으로 기자회견을 여는 등의 행위에 단죄를 내렸다.
재판부는 이번 선고에서 감자(상법상 자본감소) 소식이 시장참여자들로 하여금 주가하락 우려를 충분히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시사경제용어)감자(減資·Capital Reduction)(2008년 1월11일)」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 유회원씨와 엘리스 쇼트 론스타 부회장, 마이클 톰슨 론스타 법률고문, 스티븐 리 전 론스타코리아대표 등이 공모해 외환카드 합병을 추진하면서 감자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처럼 발표, 외환카드의 주가를 하락시킨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재판부는 "2003년 11월21일 감자계획 발표이후 외환카드 주가가 하락한 것은 카드업계 불황 등 다른 요인이 작용했을 수 있다"면서도 "감자설 유포로 외환은행 법인은 123억7577만원, 론스타측 LSF는 100억원의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주식을 추후 인수한 론스타가 감자설 유포로 부당이익을 올렸다는 것은 감자소식이 주가하락을 불러일으켰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재판부의 이러한 판단은 `감자 자체는 기업가치를 변화시키지 않지만, 감자설을 이용하면 주가조작을 할 수 있다`는 검찰측 의견을 받아들인 셈이다.
지난 2006년 11월 고승덕 변호사는 검찰의 의뢰를 받아 `감자와 주가하락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法-檢 쟁점은?(2006년 11월9일)」
고 변호사는 당시 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감자 자체는 회사의 순자산가치를 변동시키지 않기 때문에 주가변동을 일으키지 않지만 이는 이론적일 뿐"이라며 "통상 감자는 자본잠식 상태를 메우기 위해 실시되기 때문에 주식 투자자에게는 악재가 된다"고 말했다.
고 변호사는 "보통 주가조작은 허위사실을 가지고 하지만 공지의 사실을 이용한 사례도 많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허위감자설을 조직적으로 공모, 유포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 유회원씨와 엘리스 쇼트, 마이클 톰슨, 스티븐 리 등은 외환카드 주가를 인위적으로 하락시키기로 공모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론스타측 인사들이 감자계획 발표 하루전인 2003년 11월20일 서울 중구 소공동의 롯데호텔 회의실에서 외환은행 이사회를 열고 "외환카드 합병전에 감자를 고려하고 있는 것처럼 발표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외환은행(004940)의 론스타측 이사들이 외환카드 감자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고도, 그들이 외환은행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이사회 결정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눈에 띄는 것은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허위감자설 유포시 언론을 이용한 점을 질타하고 있는 대목이다.
재판부는 "이달용 외환은행장 직무대행은 2003년 11월 21일 오후 5시 은행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외환카드 감자계획이 검토될 것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며 "이는 감자 가능성이 큰 것처럼 받아들이게 하는 속임수(위계)를 사용, 주가를 떨어뜨린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에 더해 외환카드의 모회사인 외환은행 임원이 시장 신뢰를 악용한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이 같은 감자계획 발표는 시장참여자가 단순히 소문(풍설)을 유포한 정도가 아니라 직접 시장을 상대로 기망행위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허위감자설 유포는 투자자 일반의 증권시장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나아가 국민경제의 기초가 되는 증권시장 발달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