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주식으로 돈 번게 죄입니까

by김세형 기자
2007.04.11 17:43:30

[이데일리 김세형기자] 종합주가지수가 1500선을 넘어서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더불어 주식 평가차익이 불어나 `대박` 났다고 불러줄 만한 투자자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사람들의 주식 부자를 보는 시선은 차갑기만 해보입니다. 나는 그렇지 않은데 그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재산을 불리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주식이 점차 개인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올라가고 있는 데 언제까지 이들을 경원시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때가 된 것같습니다. 증권부 김세형 기자가 전합니다.

제가 만난 어떤 분은 주식을 해서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너무나 많이 벌었다고 판단했는지 감독당국이 불러서 그 과정에 불법 행위는 없었는지 조사를 하더랍니다. 자신은 절대 법을 어긴 적이 없다고 믿었던 그 분은 결국 감독당국에서 "주식해서 돈을 많이 번 것이 죄"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는 주식은 물론이고 부동산, 사업 등 어떤 과정을 통해서든 부자가 된 사람들에 대해서 차가운 시선을 갖고 있습니다. 나처럼 열심히 일하지도 않았는 데 태생이 받쳐 주거나 뒷거래를 통해 손쉽게 번 것처럼 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특히 주식 부자는 더더욱 배를 아프게 하는 것같습니다. 일반이 듣는 주식 부자 이야기 대부분은 그 사람이 어디서 무슨 정보를 미리 듣고 샀더니 그게 얼마 지나지도 않아 폭등하더라 하는 스토리가 많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운이 좋아서 주식으로 부자가 됐다고 하는 인식이 강한 것이죠.

하지만 이제는 그 차가운 시선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과 닿아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투자할 만한 자산들중 큰 것들 대부분은 증권이라는 형태로 유동화돼 가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 토지 소유권처럼 덩어리가 컸던 것도 이제는 부동산신탁이 등장하면서 수많은 개인이 나눠갖고 서로 팔 수도 있게 됐습니다. 또 기업의 매출 채권도 유동화 과정을 거쳐 유통되고 있습니다.



유동화가 앞으로 더 했으면 더 했지 약해지지는 않을 것같습니다. 기업이나 기관에게 현재 자산이든 미래 자산이든 자산의 유동화는 자본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잇점이 있고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갖고 싶은 것을 부분적으로나마 소유할 수 있는 만족감을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갈수록 사업의 규모가 커질 것으므로 유동화의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입니다.

주식시장은 기업이 상장돼 주식으로 거래되고 있고 그런 주식회사의 집합소라는 점에서 유동화 시대의 핵심입니다. 물론 과거 폭락으로 여러 차례 쓴 맛을 보게 했고 불공정거래도 끊이지 않으면서 `국가 공인 도박장`이라는 비아냥도 일부에서 들리지만 안전하기도 합니다.

또 주식시장은 기본적으로 기업이 유동화된 것이지만 기업 이외의 요소를 유동화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유명인입니다. 최근 증시에서는 재벌가나 유명 연예인이 증자에 참여할 경우 주식값이 폭등하는 사례가 빈번히 등장하고 있습니다. 감독당국은 유명인 참여로 폭등하는 기업에 대해 투자를 주의하라고 경고했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몰려들고 있습니다.

거품이 있을 수 있고 실속없는 유명인을 내세운 간계도 있을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그 유명인의 값어치가 기대라는 이름으로 유동화된 것입니다. 또 구체적이지 않은 사업 아이디어도 유동화됩니다. 실현 가능성을 현재 단계에서 가늠할 수 없는 아이디어에게도 유동화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주식 부자는 이런 측면에서 유동화 시대에 잘 적응한 사람이라고 해도 좋을 듯합니다. 물론 유동화에도 긍정적 유동화가 있고 그렇지 않은 유동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사고 싶은 주식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동화 시대에 살면서 유동화의 핵심인 주식시장에서 유동화의 생리를 배우는 것이 필요하진 않을까요. 유동화 시대에 외국인에게 우리 기업이 팔려가니 주식을 사야 되지 않겠느냐 혹은 주식시장은 대한민국이 유동화된 것이니 하는 거창한 논리를 내세울 필요도 없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