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 척결’ 외친 좌파 당선…과테말라 16년만에 정권 교체

by이소현 기자
2023.08.21 13:29:27

베르나르도 아레발로 당선…'부자 대통령' 탄생
'청탁 금지 운동' 초점…정치적 무명서 대권 차지
'대만 수교국', 친중성향 새 정부…향후 외교 주목
"과테말라 유권자들 '막강 영향' 기성정당 거부"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과테말라 대통령 선거 결선에서 ‘친중좌파’ 성향의 베르나르도 아레발로(64) 후보가 당선됐다.

20일(현지시간) 과테말라 과테말라시티에서 열린 대선 결선투표에서 베르나르도 아레발로가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로이터)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풀뿌리운동 소속 후보인 아레발로는 이날 대선 결선 투표에서 개표율 96% 기준 59%의 득표율을 기록해 36%의 희망국민통합(UNE) 소속 산드라 토레스(67) 후보보다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며 당선됐다.

아레발로 대통령 당선인은 전직 외교관이자 ‘과테말라 첫 좌파 민선 대통령’인 후안 호세 아레발로 베르메호 전 대통령(1945~1951년 재임)의 아들이다. 이번 당선으로 ‘부자 대통령’ 역사를 쓰게 됐다.

과테말라는 16년 만에 좌파 정부가 국정 운영을 맡게 됐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낙선한 토레스 후보의 전 남편인 콜롬 전 대통령 (2008~2012년 재임) 이후 첫 좌파 성향의 정부가 들어서게 됐다. 2020년 전후로 중남미에 다시 몰아친 좌파 물결(제2 핑크타이드)에 더 힘이 실릴 전망이다.

아레발로 당선인은 4개월여 전까지만 해도 대선 후보 지지율 하위권을 맴돌았다. 그러나 1차 투표에서 2위를 차지하며 결선에 올랐고 결선 투표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를 기록하며 대권을 거머쥐는 대역전극을 썼다.

사실상 정치적 무명에 가까웠던 아레발로 당선인은 부패와 빈곤, 불법 이주가 고질적인 사회 문제로 지적되는 과테말라에서 대규모 ‘청탁금지 운동’ 등 국가를 가난하게 만드는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데 초점을 맞춰 선거 캠페인을 진행했다. 현재 과테말라에는 폭력과 식량 불안 등 사회 혼란으로 미국으로 입국하려는 중남미 국가 중 과테말라인들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등 이주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다.



과테말라 대통령 후보인 베르나르도 아레발로의 지지자들이 20일(현지시간) 과테말라 시티에서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사진=AFP)
아레발로 당선인은 유세 활동 중 “과테말라에서 정당이 통치를 위해 결성되는 것이 아니라 도둑질을 위해 결성되는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렀다”며 “오늘날 과테말라의 현실이고 개혁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 도로와 항만, 공항 건설을 위한 공공투자를 두 배로 늘리고 법치주의를 개선해 2년 내에 투자신용등급을 받겠다고 공약했다.

특히 실리를 내건 친중국 성향의 좌파 후보가 당선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테말라는 세계에 13개뿐인 대만 수교국이며, 중미에서는 유일하다.

아레발로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에 국익에 바탕을 둔 외교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당선되면 중국과 더 긴밀한 관계를 추구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상호 존중의 틀 안에서 중국, 대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이에 과테말라 새 정부가 대중국 외교 노선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블룸버그는 아레발로 당선인의 승리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테말라의 기성정당을 거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과테말라 많은 유권자가 아레발로 당선인의 승리로 이전 정부의 광범위한 뇌물수수 혐의와 권위주의적 형태를 뒤집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날 선거 결과가 보도되자 아레발로 당선인의 지지자 중 일부는 거리로 나와 축하하며 앞으로 과테말라에 더 나은 미래가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과테말라시티에서 투표를 마친 로베르토 알바레즈(74) 회계사는 로이터에 “아레발로 후보에게 투표한 이유는 그가 우리가 가진 유일한 선택지이기 때문”이라며 “산드라에게 투표하는 것은 이전과 같은 사람들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