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반대 불구` 기아차 노조 파업 나설까

by정재웅 기자
2010.06.25 18:16:39

찬반투표 찬성률 65%..노조 지도부 '고민'
현장 내부 반발·여론의 질타 불구 파업결의 '부담'
업계 "즉각적인 파업강행은 어려울 듯"

[이데일리 정재웅 기자] 20년 연속 파업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기아차 노조가 결국 또다시 파업을 결의했다.

기아차 노조가 파업을 결의한 것은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타임오프제 때문이다. 개정 노동법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의 전임자는 현재 181명의 10분의 1 수준인 18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정상적인 노조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노조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번 기아차 노조의 파업결의는 예전에 비해 동력을 크게 상실했다는 것이 주된 관측이다.
 
무엇보다도 지난 24일부터 이틀에 걸쳐 진행한 쟁의 찬반 투표결과, 찬성률이 65% 에 그친 점이 노조측에겐 큰 부담이다.
 
비록 50% 를 넘었지만 2000년 이후 기아차 노조의 파업 찬성률이 가장 낮았던 지난 2007년 임금협상때가 57.8% 였던 점을 감안하면 그리 높지 않은 수치다. 또 대내외 여론도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도 향후 노조가 넘어야 할 산이다.


기아차 노조는 일단 파업을 위한 조합원들의 동의는 구했다. 하지만 과거 파업 찬반투표때 보다 현저히 떨어진 찬성률로 '간신히' 파업을 위한 조건을 확보하게 됐다는 점은 이번 파업결의가 그만큼 명분이 부족했음을 나타낸다.

실제로 기아차 노조 지도부의 파업 독려에 대해 현장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일부 조합원은 파업에 반대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개인명의로 작성·배포하기도 했다.
 
또 기아차 3개공장 생산관리자협회(현장 생산직 반장 모임)는 지난 22일 "노사가 본격적인 협상도 하기 전에 파업 이야기가 나온다"며 "이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우리의 앞날은 어떻게 될지 너무나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심지어 노조 계파들도 이번 파업에 대해서는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는 파업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계파 중 하나인 기아노동자연대(기노련)는 소식지를 통해 "금속노조 선봉대, 대리전에 불과한 투쟁방식은 기아차만 멍든다"면서 "조합원의 고용을 불안케하고 국민에게 손가락질 받는 특근거부를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노조 지도부가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부분은 무엇보다도 여론이다. 이번 파업 결의로 최근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기아차(000270)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여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지난달 내수시장 점유율 34.5% 를 기록한데 이어 이번달에는 현대차를 누르고 사상 처음으로 내수시장 판매 1위 등극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노조가 파업을 강행한다면 생산차질은 물론 판매에도 악영향을 미쳐 기아차는 판매 1위 고지를 앞두고 다시 뒤로 후퇴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아울러 '20년 연속 파업기업'이라는 불명예를 떠앉게돼 기아차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큰 타격을 입게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쏘렌토R, 포르테, K5, K7을 생산하는 화성공장과 쏘울, 스포티지R을 생산하는 광주공장은 특근 없이는 인기 차종들을 제때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중형 신차 K5는 약 2만명의 고객들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된다면 그 영향은 생산부터 판매까지 도미노식으로 번져 결국 출고를 기다리는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된다"며 "사상 처음으로 잡은 내수판매 1위의 기회를 파업으로 날려버리게 된다면 회사 대내외적으로 입는 유무형은 손실은 엄청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에서는 파업을 결의한 기아차 노조가 실제로 당장 파업을 강행하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부반발과 비난 여론을 무시하고 파업을 결의한 만큼 명분을 쌓기 위해서라도 노조에겐 즉각적인 파업강행보다는 이후 사태를 관망하는 전략으로 가져갈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아울러 지난 24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기아차 노조가 파업을 강행할 경우 불법으로 간주하겠다는 행정지도 처분을 내린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차 노조가 파업을 결의했다고 해서 즉각적으로 행동에 옮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예년과 비교한다면 이미 교섭을 진행했어야 함에도 시간이 늦어지고 있어 만일 행동으로 옮긴다면 9월쯤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