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국헌 기자
2009.02.24 16:41:25
SK㈜ 104만주 중 1만주 남기고 블록딜 매각
매각대금 920억원 용처 두고 소문 난무
[이데일리 이진철 김국헌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주회사인 SK㈜ 지분 대부분을 팔았다. 매각대금은 920억원. 자금 용처를 두고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 회장은 24일 시간외 매매를 통해 보유지분 104만787주(2.22%) 가운데 103만787주(2.19%)를 주당 8만9300원에 블록딜 형식으로 매각했다.
이날 장중에 매각 소식이 알려지면서, SK(003600)는 7.45% 급락한 8만7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반면에 SK증권(001510)은 장중 한때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강세를 보였다. 이날 SK증권은 전일 대비 10.62% 급등한 1770원으로 마감했다.
두 주식의 흐름이 상반되게 움직인 이유는 증권가에서 최 회장이 920억원으로 SK증권이나 SK C&C를 살 것이란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SK C&C→SK㈜→계열사로 이어지는 출자 흐름상 최 회장이 SK C&C 지분율을 현재 44.50%에서 더 높이기 위해 SK C&C 주식을 사들일 것이란 관측.
또 다른 시각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과 금산분리 등을 감안하면 SK네트웍스가 보유한 SK증권 지분(7268만4750주, 22.43%)을 처분해야 하는데, 이 지분을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사들이기 위해 자금확보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시장 일각의 해석은 좀 다르다. 최용구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금산분리 개정안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입법 예고된 상황이어서 조만간 SK증권을 자회사로 둘 수 있게 돼, 최 회장 개인 자금으로 SK증권 지분을 살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판단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SK C&C 문제도 지분을 절반 가까이 갖고 있는데다, 비상장사라 적정가격을 평가하기 어려워 특혜시비가 일 수도 있어 꺼릴 것"이라며 "당장 사용하기 보다 당분간 들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도 "SK네트웍스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SK증권 보유지분 매각을 추진하지 않는 이상 최태원 회장이 SK증권 주식을 개인적으로 사들일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산업 지주회사가 금융 자회사를 둘 수 없도록 한 규제가 오는 6월부터 시행되지만 유예기간이 있는데다 정부도 금산분리 완화를 추진중이라는 점도 최 회장의 SK증권 지분매입 가능성에 대한 설득력이 낮게 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로 SK그룹 고위관계자는 "지주회사로 전환한 이후 경영권이 안정됐기 때문에 컵을 돌려서 공을 숨기듯이 다른 계열사 지분에 투자하진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해,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데 사용될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