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손희동 기자
2007.07.25 15:58:13
[이데일리 손희동기자] 25일 한국 주식시장은 또 한 장의 역사적 기록을 남기게 됐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2004.22로 마감, 우리 증시 사상 최초로 2000포인트 돌파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개장초 글로벌 증시 하락에 불안한 출발을 보였던 코스피는, 그러나 끊임없는 유동성 공급이 뒷받침된 가운데 무디스의 신용등급 소식이 알려지면서 상승반전에 성공, 결국 2000p 돌파라는 대업을 달성하게 됐다.
장기적 저항선이었던 1500선을 돌파한 것이 불과 3개월 보름 전인 지난 4월9일의 일. 이후 쉬지 않고 내달린 끝에 코스피는 멀게만 보였던 2000선마저 훌쩍 뛰어넘어 버렸다.
이같은 배경에는 그동안 끊임없이 유입된 유동성과 기업들의 안정적인 실적개선세가 큰 역할을 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5월부터 7월 현재까지 주식형 수익증권의잔고는 16조3000억원이나 증가했다. 5월에는 2035억원, 6월 4119억원, 7월 들어서는 4212억원이나 늘어나는 등 유입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소장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강한 상승국면을 보였던 지난 2005년 한해 동안에도 주식형 수익증권 잔고가 17조4000억원 증가한 바 있다"면서 "최근 빨라진 상승속도의 힘은 전적으로 풍부한 주식시장의 자금유입이 자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서 2분기 들어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기업실적 역시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결코 허약하지 않음을 증명해줬다. 더욱 기대되는 것은 기업실적이 앞으로 계속 좋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기업들의 EPS(주당순이익)는 15.8%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3년간 EPS 증가율은 14.5%에 달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전문가들은 주식 보유자의 경우, 현 시점에서 굳이 내다 팔 필요 없다고 조언하는 동시에, 신규참여자라 할 지라도 분할매수를 통한 적극적인 시장 참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성봉 연구원은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라면 주식 비중을 줄이기 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여유를 갖고 유동성을 조금 더 즐기라"며 "다만 신규로 매수하려는 투자자라면 단기적 변동성에 대비해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에 매수하는 종목군 중심으로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00선 안착에 대해서도 다소간의 부침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전혀 걱정할 것 없다는 평가다. 2000은 고점이 아닌 3000, 4000으로 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투자심리는 더더욱 견고해 지는 분위기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우리 증시는 단순히 2000에 머물러 있을 시장이 아니며 향후 3000, 4000까지도 오를 수 있는 가능성 있는 시장"이라며 "단기적인 등락에 일희일비 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추세를 믿고 시장을 따라가는 투자전략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도 "향후 코스피는 대만증시와 이머징 아시아 증시 수준을 넘어 추가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2000p를 고점으로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밸류에이션의 기준이 되는 기업의 실적 개선 속도 역시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브릭스로 대변되는 신흥시장의 성장 ▲유럽, 일본의 경기회복 등 글로벌 성장축 다변화 ▲국내경기의 회복, 그리고 ▲지난 2년간의 실적악화로 인한 기저효과 등이 실적 개선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거론되고 있다.
2000포인트라는 전인미답의 경지를 앞두고 몇차례 조정을 받긴 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강하다. 일시 조정의 사유도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경계심 때문이었지, 에너지의 고갈 때문은 아니었다.
유가급등, 중국 긴축,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등 시장에 나온 악재는 이미 알려진 것들이다.
다만 조심할 필요는 있다. 무엇보다 급등에 대한 부담이 두고두고 고민의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능성은 낮아보이지만 글로벌 유동성의 핵심인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도 불안요소다. 국제금융시장의 예상치 못한 환경변화에 투기적 자금인 엔캐리 트레이드가 어떻게 반응할 지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