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규 전문의 509명…전년 대비 80% 급감
by안치영 기자
2025.02.24 11:37:46
내과 87명·가정의학과 80명…소청과 24명·산부인과 13명
대학병원 144명 '퇴임'…전문의 수급·필수의료 확충 차질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올해 509명이 전문의 자격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2727명이 최종 합격한 지난해에 비해 80% 이상 줄었다. 이대로라면 상급종합병원 전문의 수급과 필수의료 확충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서울의 한 대학 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 전공의들이 들어가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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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학회는 2025년도 제68차 전문의 자격시험에 522명이 응시해 509명이 최종 합격했다고 24일 밝혔다. 합격률 97.51%를 기록했으며 총대상자 대비 최종 합격률(1차+2차시험)은 91.38%였다.
합격자가 가장 많은 진료과는 내과로 104명이 지원해 87명이 최종 합격했다. 그 뒤를 이어 △가정의학과(80명) △정형외과(50명) △정신건강의학과(39명) △응급의학과(28명) 순이었다. 지난 몇 년간 지원율이 저조했던 산부인과는 13명, 소아청소년과는 24명이 합격했다.
이번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의사는 전년 2727명 대비 2218명이 줄었다. 매년 2500명 이상 전문의가 배출됐는데 신규 전문의 수급 절벽이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이대로라면 배출된 전문의가 너무 적어 상급종합병원 전문의 한 명당 업무를 줄이지 못하게 된다. 일부 상급종합병원은 빈자리를 진료지원간호사로 채우고 있지만 전공의 수련이 재개되지 않으면 임시방편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수술·진료를 전공의에게 상당 부분 의존하던 상급종합병원 체질을 전문의 중심으로 개선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을 진행 중이다. 구조전환을 위해선 상급종합병원이 충분한 숫자의 전문의를 채용해야 하는데 뽑을 신규 전문의가 없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2월 정년을 맞이해 144명의 의대 교수가 대학병원과 의과대학을 떠난다. 이들 중 일부는 명예 교수 등으로 남아 상급종합병원에서 계속 진료하지만, 대부분 병원을 떠나 개원하거나 지역 병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들어오는 사람은 적은데 나가는 사람은 많아 상급종합병원 전문의 숫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계획하는 필수의료 확충에도 차질이 생겼다. 당초 정부는 의사 숫자를 늘려 필수의료에 지원하는 전문의 또한 늘리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전공의 이탈로 인해 전문의 자격 취득 의사가 급감했다. 얼마 안 되는 신규 전문의를 두고 영입 경쟁이 격화돼 주거환경·급여 등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의료취약지는 필수의료 신규 전문의를 구하지 못할 수 있다.
특히 보건소·보건지소 등 공공의료분야에서 근무할 전문의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등 일부 진료과는 전문의 취득 이후 대부분 공보의 신분으로 보건소나 보건지소 등에서 근무한다. 2024년 4분기 기준 △보건소 △보건지소 △보건의료원에서 근무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12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명 줄었다.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이대로라면 정부와 국민, 의료계 모두 의료체계 후퇴를 손 놓고 바라만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