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올 뉴 말리부 2.0T 롱텀 시승기 (2) - 말리부 2.0 터보의 연비는 어떨까?
by박낙호 기자
2016.06.15 11:21:00
[이데일리 오토in 박낙호 기자] 새로운 말리부를 타고 부산을 다녀오면서 서울에서 부산으로의 출장길에 연비를 체크했다.
-중형 세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온 신형 말리부는 디자인과 패키징 그리고 가격등의 호평을 받으며 중형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있다. 한층 커진 차체와 풍부한 편의 및 안전 사양을 갖춘 올 뉴 말리부는 분명 첫 인상만으로도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하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어떨까? 조금 더 오랜 시간 말리부와 함게 시간을 보내며 그 매력을 살펴보기로 했다.
말리부 2.0 터보 모델을 받은 후 가장 먼저 궁금했던 건 역시 연비다. 국제 유가는 물론 국내 휘발유 가격이 점차 오르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결국 차량을 유지하는 입장에서 연비는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말리부를 시승하면서 연비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게다가 캐딜락을 통해 만났던 2.0L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이니 연료 효율성에 대한 불안감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
이런 상황 때문인지 실제로 롱텀 시승기를 앞두고 주변의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 중 하나가 바로 ‘말리부 2.0 터보의 연비’였다. 다들 높은 출력과 공격적인 가격에 2.0L 터보 모델로 시선을 돌렸지만 고출력 모델의 효율성이라는 불안 요소로 인해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주변 상황에 롱텀 시승의 시작과 함께 말리부 2.0 터보 모델의 연비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런데 마침 부산을 다녀올 일정이 생겼고, 호기롭게 말리부 2.0 터보의 연비를 확인 할 겸 부산 출장을 말리부 2.0 터보와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출발에 앞서 말리부 2.0 터보는 고출력 엔진에 걸맞은 마음 아픈 효율성을 선보일지 혹은 고출력 엔진에게 기대하는 이상의 효율성을 선보일지 기대가 되었다.
사실 말리부 2.0 터보를 살펴보면 높은 효율성을 기대하는 건 다소 어려운 일이었다. 기존 모델 대비 경량화를 이끌어 냈다고는 하지만 반대로 고출력의 엔진을 얹은 것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실제로 말리부 2.0 터보의 제원을 살펴보면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성능 모델에서나 볼 수 있는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을 장착한 것을 알 수 있다.
말리부 2.0 터보의 보닛 아래에 자리한 직렬 4기통 에코텍 2.0L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LTG)은 쉐보레 보다는 다른 브랜드의 엔진으로 우리에게 더 익숙한 것이 사실이다. 이 엔진은 이미 캐딜락 ATS와 CTS에 적용되어 국내 시장에 이미 출시된 상태이며 CT6와 뷰익 리갈 GS, 엔비전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엔진이다.
이 엔진을 통해 말리부 2.0 터보는 동급 최고 수준인 253마력을 5,300RPM에서 발휘하며 최대 토크 역시 36.0kg.m에 이른다. 특히 2,000RPM부터 5,000RPM에 이르는 넓은 영역에서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고급유를 상정하여 세팅된 캐딜락들과 비교 했을 때 15~20마력과 3~4kg.m 토크 가량 낮은 출력이지만 이 자체로도 충분히 인상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하지만 효율성 부분에서는 다소 주춤한다. 8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된 북미 사양과 달리 6단 자동 변속기가 장착된 것이 마음에 걸린다. 구체적으로 Gen 3 6단 자동 변속기(6T50)를 채용한 것인데 그나마 Gen 3 자동 변속기에 대한 만족감이 높은 것이 위안이다. 이 조합을 통해 말리부 2.0 터보의 공인 연비는 10.8km/L를 확보했고, 도심과 고속 연비는 각각 9.4km/L와 13.2km/L를 달성했다. 하지만 이는 역시 제조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직접 체크를 해보기로 했다.
첫번째 연비 체크를 위해 선택한 주행 구간은 부산 출장을 빌미로 부산으로 정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출발해 도착지이자 숙소인 부산 해운대까지 가는 코스였다. 물론 고속도로를 활용하고 가는 중간 잠시 쉬는 ‘일상적인 주행’을 상정했다. 다만 변수가 있었다면 부산으로 가는 날 오전 일정이 하나 있었고 이를 위해 잠시 용인 스피드웨이를 들렸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용인 스피드웨이로 가는 길은 조금 답답했다. 아무래도 오전, 출근 시간과 겹친 시간의 문제였다. 정체가 예상된 도심 주행이었지만 생각보다 흐름이 나쁘지 않았다. 강서에서 노들길을 타고 한강대교에서 강변북로로 넘어가 청담대교를 넘어서 분당내곡 고속도로에 오르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지만 생각보다 금방 서울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분당내곡 고속도로를 기분 좋게 달린 후 닿은 용인 스피드웨이는 캐딜락으로 가득 찼다. 올 상반기 출시한 ATS-V 및 캐딜락 ATS와 CTS를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캐딜락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가 열렸던 것. 행사 첫날 오전에 마련된 미디어 세션에 참여해 짧은 시간이었지만 캐딜락의 우수한 주행 성능을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행사를 끝내고 용인을 뒤로 하고 곧바로 부산을 향한 주행을 이어갔다. 마성 IC에서 영동고속도로에 올라 본격적인 장거리 주행을 시작했다. 마성 IC에서 고속도로에 오른 후 간헐적인 정체가 이어져 부산까지의 여정이 걱정되었으나 여주를 거쳐 중부내륙 고속도로에 오르자 막힘 없이 쭉 뻗은 도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중부내륙 고속도로 이후에는 대구부산 고속도로를 지나는 것이 부산까지 가는 주요 코스였다. 길게 뻗은 고속도로 위에서 말리부는 무척 부드럽고 매끄러운 엔진 회전을 자랑하면서 달려갔다. 단단한 시트 덕에 장거리 주행에 대한 피로도 높지 않았고, 6단 변속기 임에도 낮은 RPM을 유지하며 효율성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고속도로 주행은 대저IC에서 끝을 맺었다. 도심으로 들어가려는 차량들이 몰리며 붉은 빛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을 확인하고 말리부 2.0 터보의 계기판을 확인했다. 서울에서 용인을 거쳐 대저IC에 닿을 때까지 를 기록했고, 이에 를 기록했다. 하지만 우리의 도착지는 부산 해운대였던 만큼 도심 주행의 기록까지 반영하기로 하며 기록을 계속 이어갔다.
실수였을까? 부산 북구에 위치한 만덕동에서 해운대구 우동까지 가는 길은 좀처럼 쉬운 길이 아니었다. 퇴근 시간이랑 겹친 것도 있었지만 북구과 해운대구가 제법 멀리 떨어져 있었다. 참고로 두 지역의 거리가 제법 멀다는 것 역시 부산 출장 후에 알게 됐다. 정체는 좀처럼 풀리지 않아 부산 시내에서 1시간 40여 분이 넘는 시간을 허비했다.
가속과 감속 그리고 재가속이 이어지는 도심 주행이 이어지면서 연비는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특히 1.5 터보 모델에 탑재되어 있는 스톱 앤 스타트 기능이 빠져 있어 정차 시 연료 소모를 막지 못한다는 점은 무척 아쉬웠다. 그나마 위안이라고 한다면 도심 주행에서의 말리부 2.0 터보에 대한 느낌을 알 수 있었다는 점인데 말리부는 도심 주행에서도 무척 부드럽고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했다.
1시간 40여 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진 도심 주행을 마무리한 뒤에 해운대구 우동의 호텔에 차량을 세워 트립 컴퓨터를 확인했다. 서울에서 용인, 용인에서 부산 그리고 부산의 도심을 달린 였고 였다. 고속도로 주행 이후에 약 1.4km/L가 하락한 것이었다.
첫 번째 연비 테스트를 뒤로 하고 1박 2일 동안 이어진 부산 일정을 모두 소화한 후 다시 서울로 복귀를 준비했다. 벡스코 인근의 도심에서 트립 컴퓨터를 리셋하고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했다. 출발 시간이 퇴근 시간 직전이었던 만큼 도로 위의 차량이 적은 건 아니었지만 그대로 원활하게 부산의 도심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서울로 복귀하는 코스는 통상적으로 경부고속도로를 타는 방법과는 조금 다른 코스로 선택했다. 부산의 도심을 피해 부산울산고속도로를 통해 부산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울산고속도로를 통해 경부고속도로에 합류했고 그대로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서울까지 달렸다.
장거리 주행인 만큼 정체 구간에 대한 부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출발 시간이 절묘했을까? 구간 구간 교통량이 많아 잠시 속도를 줄이는 경우가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고속도로 제한 속도와 비슷하게 달릴 수 있었고 덕분에 너무 늦지 않은 시간에 서울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계기판을 확인해보니 가 확인됐다. 이에 에 이르는 놀라운 수치였다. 하지만 서울에 도착했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건 아니다. 서울에 도착한 후에는 서울 도심의 교통 상황의 영향을 받아야 했다.
경부고속도로에서 이어지는 올림픽대로의 정체는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고속도로 위에서 조심스럽게 쌓은 평균 연비에 지장을 주기 충분한 수치였다. 올림픽대로를 지나 출발지점이었던 서울 강서구에 닿았고, 차량을 세워 평균 연비를 확인했다. 로 기록됐고 를 가리켰다.
올 뉴 말리부 2.0 터보의 연비 체크 두 번 모두 주행 구간이나 주행 방식의 차이가 있었지만 서울-부산 장거리 주행에서 모두 리터 당 17km와 18km를 웃도는 우수한 효율성을 기록했다. 출력도 높은 편이고 8단 변속기 대신 6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되는 등 몇 가지 단점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만족할 만한 효율성을 선보였다.
서울과 부산을 왕복한 다음 날은 곧바로 송도에서의 일정이 있던 날이었다. 이에 이른 오전부터 서울을 떠나 송도로 부지런히 이동했다. 출근 시간이었지만 주말이었던 만큼 교통량이 많지 않아 송도까지 가는 길은 무척이나 수월했다. 역시 서울 강서에서 출발한 말리부 2.0 터보는 화곡동을 지나 신월IC를 통해 경인고속도로에 올랐고 지체 없이 송도를 향해 달렸다.
교통량이 적은 경인 고속도로를 달리는 말리부 2.0 터보는 높은 출력을 자랑하듯 약간의 엑셀레이터 페달 조작만으로도 시원스러운 가속을 자랑했고, 추월 상황에서도 지체 없는 가속으로 빠르게 앞으로 치고 나가는 재미를 제공했다. 그렇게 송도 G타워에 도착해 다시 한 번 계기판을 확인했다.
서울 강서에서 송도까지 총 35.5km를 주행했고 이에 평균 연비는 17.1km/L로 기록됐다. 서울-부산을 왕복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리터 당 17km을 웃도는 수치로 운전자를 만족시키는 수치라 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디젤 엔진이 아닌 253마력에 이르는 가솔린 터보 차량에게 기대하는 연비라고 하기엔 분명 만족스러운 수치였다.
올 뉴 말리부는 출시부터 몇 가지 놀라움을 전해줬다. 처음에는 파격적인 가격 정책에 한 번, 그 다음에는 2.0 터보 모델의 우수한 출력과 경량화에 한 번 그리고 사전 계약이 시작되면서 체감할 수 있는 폭발적인 인기가 그것들이었다. 하지만 오늘 한 가지가 더 추가되었다. 바로 출중한 출력과 여유로움을 갖췄음에도 기대 이상의 효율성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