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업계 ''출혈경쟁 확대'' 논란
by이학선 기자
2008.07.03 18:43:37
보조금 분할상각 가능..KTF, 가입자확보 강화할 듯
SKT·LGT "맞대응 불가피"
[이데일리 이학선기자] 금융감독원이 휴대전화 보조금의 분할상각을 사실상 허용해주면서 SK텔레콤(017670) KTF(032390), LG텔레콤(032640) 등 이동통신사 사이에 마케팅 전쟁이 불을 뿜을 전망이다.
당장 KTF는 올해 2분기 실적 부담을 크게 줄였다. 변경된 회계처리방식을 적용하면 손익계산서 등에 나타나는 마케팅비용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쇼' 가입자 유치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SK텔레콤과 LG텔레콤은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통시장은 보조금을 얼마나 지급하느냐에 따라 가입자 유치실적이 크게 좌우된다. '보조금을 더 줄테니 우리쪽에 가입하라'는 식으로 가입자를 모으다보니 어느 한 곳에서 보조금을 많이 지급하면 다른 이통사들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KTF는 올해 2분기 실적부터 의무약정 기간(최대 24개월)에 따라 비용을 나누어 인식하는 회계처리를 할 방침이다.
▲자산성 인정에 따른 보조금 비교(단위:억원) |
이렇게 되면 가령 2분기에 매월 600억원씩 총 18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더라도 손익계산서에는 24개월 의무약정 기간을 반영해 150억원만 비용으로 잡힌다.
회사 입장에선 공격적으로 가입자를 유치하는 바람에 마케팅 비용을 많이 썼어도 회계상으로 나타나는 지출액이 적어 투자자 등 외부의 우려나 불만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물론 한꺼번에 비용으로 반영하던 것을 여러 기간으로 나눈 것에 불과해 나중에는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그러나 KT-KTF 합병이라는 돌파구가 있어 전체 마케팅비용에서 차지하는 보조금 비중이 지금의 우려처럼 크지는 않을 전망이다.
KTF는 이번 금감원 결정을 계기로 가입자 모집에 탄력을 가한다는 전략이다. 조영주 사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글을 통해 "3G(3세대 이동통신) 시장을 만들고 경쟁의 판을 바꿔 1등을 하기까지 우리의 노력과 희생은 참으로 컸다"며 "그러기에 결코 주춤하거나 멈춰서도 안된다. 진검승부를 계속해 나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KTF는 금감원 결정이 나온 뒤 "시장을 혼탁하게 하는 출혈경쟁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SK텔레콤과 LG텔레콤도 가입자 모집에 본격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보조금 이월처리 허용으로 좋든싫든 이젠 본격적인 경쟁에 나설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이통시장에 보조금 경쟁의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올해 안에 3G 가입자수에서 KTF를 추월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LG텔레콤도 이대로 앉아서 당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LG텔레콤 관계자는 "사업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으로 그간 보조금 경쟁을 자제해왔으나,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KT의 자금력이 이통시장에 유입되는 것"이라며 "이를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동시에 양사는 보조금 회계처리를 KTF처럼 분할 상각할지 지금처럼 한꺼번에 털어낼지 심각히 고민 중이다.
지금처럼 한꺼번에 털어내면 KTF와 비교해 장부상에 나타나는 마케팅비용이 커보이는 게 부담이고, 이월분산할 경우 KTF 논리를 반박해온 그간의 입장이 궁색해질 수 있다. 또 이월분산은 연말 당기순이익이 실제보다 크게 잡혀 주주들의 배당요구가 커질 수 있고 더 많은 세금을 내야하는 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보조금 경쟁이 격화되며 실적악화가 가시화될 경우 양사는 휴대폰 보조금을 이월분산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