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피용익 기자
2008.01.25 18:07:48
[이데일리 피용익기자] 연초부터 증시가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급락과 급등을 거듭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관심은 테마주로 쏠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새 대통령이 선출되면서 대선 테마주가 시들해지자 이제는 정책 수혜주들이 증시를 휩쓸고 있습니다. 증권부 피용익기자는 테마주 투자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합니다. 들어보시지요.
오늘 점심시간에 만난 회사원 김씨는 작년에 주식투자를 처음 시작했습니다. 11월 말 무렵이었다고 합니다. 주식투자가 처음인 그는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A 종목을 유심히 지켜봤습니다. 기사를 검색하다가 이 종목이 이명박 수혜주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금 사도 늦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개장과 동시에 상한가로 시작하는 A 종목을 매수하기는 어려웠습니다.
`A 종목을 언제 한 번 살 수 있을까` 생각하며 매일 홈트레이딩시스템(HTS)만 들여다보고 있던 김씨에게 기회가 왔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상한가가 풀리더니 보합권으로 밀린 것이지요. 그는 1000만원어치 매수 주문을 넣었고 곧바로 체결됐습니다. 뿌듯한 기분을 느끼며 상한가 행진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렸지요.
그러나 A 종목은 상한가는 커녕 하한가로 추락했습니다. `조금 지나면 오를 거야` 생각했지만 하한가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하한가는 다음날도 계속됐고, 그 다음날도 이어졌습니다. 김씨는 결국 하한가가 풀리자마자 눈물을 머금고 전량을 매도했습니다. 1000만원이 620만원이 된 후였습니다.
작년 증시의 테마는 단연 대선 관련주였습니다.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의 공약인 대운하 건설과 관련된 업체들은 쉴새없이 급등을 거듭했습니다. 특수건설, 이화공영, 홈센타 등 연초대비 열 배 이상 오른 종목이 속출했습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열기는 더해갔고 길게는 7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종목도 나왔습니다.
증권선물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2007년도 조회공시 실적을 분석한 결과, 전체 조회공시 건수는 전년 537건에 비해 약 39% 증가한 748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 약 3분의 2에 달하는 484건이 `주가급등`과 관련한 조회공시였다고 합니다. 이는 전년에 비해 약 82% 증가한 수치인데요. 대선 관련주 같은 특정 테마주가 이상급등을 반복한 탓입니다.
고공행진을 계속하던 이명박 테마주는 작년 12월7일을 고점으로 일제히 급락했습니다. 김씨처럼 대박의 꿈을 안고 뒤늦게 테마주에 올라 탄 투자자들만 쪽박을 찼습니다. 해당 기업의 대주주들은 주가가 오른 틈을 타 이미 주식을 대량으로 내다 판 후였지요.
테마는 항상 움직입니다. 대선이 끝나자 테마는 정책 수혜주로 이동했습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분야별 정책 방향이 발표될 때마다 관련주들이 폭등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새해 들어 증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우량주의 수익률이 낮아지자 테마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도 늘어나고 있는 모습입니다. 대선 테마로 한 번 실패한 사람들도 원금 회복을 꿈꾸며 달려들고 있습니다.
김씨는 작년의 처절한 실패를 교훈 삼아 이번에는 분산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새만금 수혜주를 골고루 산 것이지요. 연일 급등하던 동우(088910)가 가끔씩 하한가로 곤두박질 치는 게 안타깝지만, 그래도 모헨즈(006920)가 최근 11일 동안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상한가를 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입이 귀에 걸릴 정도입니다.
이명박 테마주와 마찬가지로 새만금 테마주가 언제 하한가로 추락할지 몰라 불안하기도 하지만, 김씨는 당분간은 상한가 행진에 베팅을 하고 팔 생각이 없다고 하는군요. 이미 작년에 잃은 원금을 회복하고도 몇배를 더 벌었기 때문에 걱정이 없답니다. 다음번에 만났을 때도 김씨가 오늘처럼 싱글벙글 웃고 있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