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5.02.22 20:56:38
어디가나 "대기중"..전국에 적색경보
"法 정착중" "더 확산중" 성매매 "변종" 만발
"잡을수 있다" "못 잡는다" 양론
[조선일보 제공] 23일 `성매매특별법`이 실시된 지 6개월을 맞는다. 이 법은 허가받은 성매매 구역인 집창촌에 큰 타격을 주는 등 긍정적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집창촌 밖, ‘제3의 지대’에서 일어나는 성매매가 더 은밀하게 이뤄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집창촌의 영업활동에 지장이 오자 이들 직업여성들이 대거 밖으로 빠져나온 영향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대표적인 현상이 대리운전, 비디오방, 나이트클럽 도우미 등 각종 ‘도우미’의 등장이다. ‘도우미’는 밤거리에서 성(性) 제공자를 뜻하는 단어로 전락하고 있다. 본지 사회부 기자 3명이 15~21일 일주일 동안 우리의 주변에서, 또 사이버 공간을 통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성매매 현장을 취재했다.
대리운전 아가씨들
16일 오전 1시 서울 강남역. 주차된 차들에 수북이 꽂혀 있는 대리운전 전단지를 보고 전화를 돌렸다.
“대리운전하려고 하는데 아가씨 도우미로 보내줄 수 있나요.”(기자) “1시간 정도 기다리셔야 되는데요.”(업주) “왜 그렇게 오래 걸리죠.”(기자) “그것(성매매를 뜻함)까지 하니까 좀더 걸리죠.”(업주)
오전 2시쯤 ‘아가씨’가 도착했다. 31살이라고 소개한 A씨는 “길을 잘 모르니 좀 가르쳐달라”고 했다. 규정 속도보다도 차를 느리게 몰았다. A씨는 “난 이런 게 처음이지만 (내 주위에) 이런 일에 종사하는 여성이 30명 정도는 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본격적인 ‘거래’가 시작됐다. 가격은 운전비 포함 15만원. 현찰만 받는다. 단속이 없냐고 묻자 “현찰로 내니 기록도 안 남고 ‘현장’을 잡혀도 ‘남 연애하는데 웬 간섭이냐’고 잡아떼면 그만”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30대 남자들 단골
18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일대 비디오방을 돌며 “아가씨 도우미를 불러 줄 수 있냐”고 물었다. 7곳 중 6곳에서 ‘OK’. D비디오방에서 4만5000원에 ‘티켓’을 끊고 아가씨 최모(23)씨와 함께 방에 들어갔다.
최씨는 성매매의 경우 기분에 따라 6만~10만원을 부른다고 했다. 최씨는 “다방에서 차 배달을 하면서 비디오방에 불려오는 횟수는 하루에 4번 정도”라고 했다. 30대 초반 남자들 중에 비디오방에 올 때마다 아가씨를 찾는 ‘매니아’들도 꽤 된다는 것이 최씨의 설명.
"가장 좋아진 꽃밭"
14일 자정 서울 장한평의 한 나이트클럽. 월요일인데도 손님들이 꽤 있었다. 60% 이상이 여자였다. 부킹을 통해 만난 김모(여·26)씨는 “여기는 그쪽 애들(집창촌)이 2차를 가기 위해 원정오기로 유명한 곳”이라고 했다.
실제로 김씨가 지목한 여성과 만났다. 김모(여·28)씨에게 “돈 주면 같이 잘 수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지만 머뭇거리자 곧 자리를 떴다. 김씨는 잠시 후 다른 남자와 함께 클럽을 나섰다. 다음에 만난 채모(여·29)씨는 술을 한잔 하면서 “나도 예전에 그런 곳에 있었다”고 했다. 이날 나이트를 찾은 남성 회사원 박모(30)씨는 “요새 나이트가 ‘꽃밭’이라는 말을 듣고 직장 동료들과 자주 찾는다”며 “성매매특별법의 최대 수혜자는 나이트클럽”이라고 말했다.
자칭 40대 주부도
16일 서울 모 여대 앞 남성휴게실. ‘이○○ 방’ ‘김○○ 방’ 등 유명 여자연예인 이름이 붙은 방 안에는 TV와 전화기 한 대, 안락 의자가 놓여 있었다. 들어가자 TV가 켜지면서 포르노 비디오가 상영됐다. 1시간 후. 전화가 울렸다. “서른네 살 주부인데 외로워서 전화했다”고 한마디 하더니 바로 교성을 내기 시작했다. 손님을 흥분시키기 위해 고용된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이 여성은 5분 후 전화를 끊었다. 곧이어 “마흔 살 주부”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성이 “연애하고 싶다”며 10만원을 불렀다. 거절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5분 후 다시 전화. 신음소리, 내밀한 부부생활 이야기가 흘러나오다 다시 “연애하고 싶다”는 전화가 울려 퍼졌다.
"애인 역할 빌려줌"
20일 서울 천호동에서 대학생 김모(여·20)씨를 만났다. 애인 역할을 할 사람을 빌려준다는 모 사이트를 통해 소개받은 ‘애인 도우미’다. 만나서 얘기만 하면 3시간에 5만원, 애인처럼 팔짱끼고 볼에 키스하는 정도를 허용할 경우 8만원. 김씨는 업체를 통해 1주일에 10명 이상에게 연락을 받는다고 했다. 김씨는 “남자들은 보통 2차가 가능한지부터 묻는다”며 “30, 40대 아저씨들이 특히 심해 노골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모 사이트. ‘잠자리’만 빼고 남편·아내 역할을 할 도우미들을 빌려준다는 광고를 하고 있다. 하지만 사이트 게시판에는 “목욕시켜 줄 사람 찾습니다” “동거할 사람 부탁해요” “주말 밤에 와주세요” “여행 함께 갈 사람” 등의 글들이 줄줄이 떠 있었다.
신지은기자 ifyouare@chosun.com
조의준기자 joyjune@chosun.com
김재곤기자 trum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