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웨이브 합병, 소강상태...에스엘엘중앙·KT 등 '이견'
by김현아 기자
2024.06.20 15:04:25
에스엘엘중앙, 유리한 조건 요구…시간 벌려는 KT
넷플릭스, 스튜디오드래곤 주주…직접 관계는 없어
지상파 위기 속 웨이브 주주들은 합병에 동의
[이데일리 김현아 IT전문기자]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 웨이브 주주들은 이견이 없지만 에스엘엘중앙과 KT(030200) 등 티빙 주주들의 합의가 길어지면서 소강상태에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본계약 일정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까지 고려하면 연내 합병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예상도 있다.
웨이브 고위 관계자는 20일 “에스엘엘중앙, KT 등 티빙 측 주주들의 합의가 지연되면서 소강상태다”라고 언급했다. SK 관계자도 “에스엘엘중앙이 여러 조건을 제시해 논의가 길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에스엘엘중앙은 중앙그룹 산하의 드라마 제작사로, 산하에 15개 레이블을 두고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 등을 제작했다. 티빙의 4대 주주(12.7%)로, 티빙 주요 주주로는 CJ ENM(48.9%), KT스튜디오지니(13.5%), 재무적 투자자 젠파트너스앤컴퍼니(13.5%), 네이버(10.7%) 등이 있다.
업계에서는 에스엘엘중앙이 좀더 유리한 합병 조건을 요구하며 협상에 소극적인 것을 재무구조 안정화 조치로 보고 있다. 중앙미디어 계열사에 콘텐츠를 공급할 기반은 갖췄지만, 유형자산이 없어 재무 융통성이 미흡하고 콘텐츠 사업 특성상 투자 부담이 큰 상황이라는 것이다.
KT시즌(seezn)을 티빙과 합치면서 티빙의 주요주주가 된 KT 그룹도 적극적이지는 않다. KT는 IPTV, 위성방송, 케이블TV 그리고 콘텐츠 사업 등을 포함한 미디어 사업을 총괄할 인재를 찾아 독립된 부문으로 만들 계획이다. 그런데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국내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OTT) 시장뿐만 아니라 미디어와 콘텐츠 생태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KT그룹으로선 미디어 전략을 가다듬기 위한 시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KT 미디어 그룹사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스튜디오드래곤(253450) 주주인데 이번 합병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연말까지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하면 국내 OTT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넷플릭스와 유사해진다. 아이지에이웍스 마케팅클라우드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으로 티빙(21%)과 웨이브(13%)를 합칠 경우 34%가 돼 넷플릭스(35%)와 경쟁할 만한 수준이 된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이번 티빙-웨이브 합병 논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넷플릭스는 CJ ENM 계열 스튜디오드래곤의 지분 4.99%를 지닌 2대 주주로, 스튜디오드래곤과 2000년 동시 방영 및 오리지널 콘텐츠 계약을 체결하고 2023년에도 재계약을 맺었다.
미디어 업계 전문가는 “CJ ENM이 대주주인 스튜디오드래곤에 넷플릭스가 투자하고 매년 넷플릭스에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지만, 티빙 주주는 아니기 때문에 넷플릭스가 반대한다고 해서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CJ ENM 콘텐츠 사업 부서는 넷플릭스와 티빙·웨이브 통합법인을 경쟁시키고 싶어하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티빙 주주들과는 달리 웨이브 주주들은 티빙과의 합병에 동의한 상황이다. 웨이브는 2019년 SK텔레콤·SK브로드밴드가 공동으로 설립한 OTT ‘옥수수’와 지상파 3사(SBS·KBS·MBC)의 OTT인 ‘푹’이 합병해 탄생했다. 현재 최대 주주는 40.5% 지분을 보유한 SK스퀘어(402340)이고, KBS·MBC·SBS 등 지상파 3사는 각각 19.8%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3 회계연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지난해 방송산업 매출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전체 방송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4.7% 줄어든 18조 9734억원으로 집계됐고, 이 중에서 지상파가 가장 큰 폭으로 10.2% 감소했다. 국내 미디어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서는 콘텐츠 제작비의 효율적 사용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새로운 유료 방송 플랫폼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