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서 또 성범죄 은폐 시도" 폭로…'여군숙소 침입해 속옷 촬영'
by이용성 기자
2021.06.02 13:08:18
공군서 여군 대상 불법 촬영한 男 간부…"아직 근무 중"
군인권센터 "軍, 사건 은폐 의혹''…"피·가해자 분리도 안해“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선임 간부에게 성추행을 당한 여성 부사관이 극단 선택을 해 논란을 빚고 있는 공군에서 또 다른 성범죄가 발생했지만 군이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센터 교육장에서 여군 숙소 침입, 불법 촬영 등이 적발된 공군 군사경찰 소속 부사관에 대한 폭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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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는 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최근 공군 제19전투비행단 군사경찰 소속 A하사가 여군 숙소에 무단침입해 불법 촬영하고 이를 소지한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지만, 군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감추려고 했다”고 폭로했다.
센터에 따르면 충청북도 충주시에 있는 공군 제19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 소속 A하사는 지난 5월 여군 숙소에 무단으로 침입하고 속옷 등을 불법촬영한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A하사는 USB와 휴대전화에 여군들의 속옷이나 신체를 몰래 촬영해 저장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그는 피해자들의 이름이 들어간 폴더에 불법촬영물을 정리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센터는 피해자가 최소 5명이고 그 인원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센터는 A하사의 소속인 군사경찰이 해당 사건을 수사하면서 사건을 무마하려 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소속부대가 가해자의 전역이 오는 8월로 얼마 남지 않았고, 가해자를 교육하고 있으니 안심하라며 제대로 된 피·가해자 분리도 하지 않고 있다”는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숙경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장은 “군사경찰은 가해자를 구속하기는 커녕 동일 부대에서 근무하게 하고 있다”며 “피·가해자 분리도 가해자의 경비 업무를 정문에서 후문으로 배치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여군들도 자신이 피해자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최근 성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내린 공군 여중사 사건 이후 더욱 위축된 상태”라고 전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중대한 불법촬영 범죄를 보고도 제 식구라는 이유로 기본적인 성폭력 사건 처리 지침도 지키지 않고 있다”며 “군 특성상 조직 내에서 피해자가 보호되지 않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조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한편 공군은 상관의 성폭력에 시달리다 극단 선택을 한 여군 중사 소식이 전해지며 여론의 뭇매를 맏고 있다. 지난 3월 초 충남 서산에 있는 한 공군 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는 여군 A중사가 회식에 참석했다 돌아오던 중 선임 남성 B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지난달 22일 혼인신고를 마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과정에서 A중사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군에 신고하고, 자발적으로 부대까지 전속 요청도 했지만, 군의 조직적인 회유와 압박 속에서 제대로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국방부는 전날 오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공군이 수사하던 해당 사건을 국방부 검찰단으로 이관해 수사할 것을 지시했다. 또 국방부는 오는 3일부터 16일까지 2주간 군 내부 ‘성폭력 피해 특별신고기간’을 정하고 신고를 접수하기로 했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전날 ‘사랑하는 제 딸 공군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세요’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하루 만에 2일 12시 기준 28만명이 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