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의 아버지' 방시혁, 코로나19 위기 속 빛난 리더십

by김현식 기자
2020.08.18 11:00:00

상장 앞두고 상반기 호실적
"콘텐츠·팬 최우선" 방향성 유지
'방방콘 더 라이브' 등 성과로 증명
하반기 방탄 컴백·콘서트 예고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BTS(방탄소년단)의 아버지’ 방시혁의 리더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에서 더욱 빛났다.

방시혁이 이끄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가 코로나19라는 초대형 악재에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확고한 철학과 방향성을 가진 제작자’로 인정받아온 방시혁 의장의 진가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중음악 기획사들은 예상치 못했던 혼돈에 맞닥뜨렸다. 관객들을 한자리에 모아야 하는 공연과 행사 등이 회사의 주요 수입원이 되는 매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빅히트도 이로 인한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4월 서울에서 시작해 미국 16회, 유럽 7회, 그리고 아시아까지 돌 예정이던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 계획이 ‘올스톱’됐기 때문이다. ‘상장’이라는 올해 목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날 발표된 실적은 빅히트가 코로나19에 흔들리지 않았음을 대변한다. 레이블 및 IP(지적재산) 사업, 자체 플랫폼 ‘위버스’ 개발 등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방시혁 의장의 “음악 산업을 혁신해 글로벌 음악시장의 프론티어가 되겠다”는 포부와 실천이 성과로 이어졌다.

방 의장은 코로나19 시국에서도 ‘뮤직 앤 아티스트 포 힐링’(Music and Artist for Healing) 즉, 음악과 아티스트를 통해 사람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준다는 빅히트의 방향성을 뚝심 있게 유지한 채 여러 대안을 모색했다. 방 의장은 회사설명회에서 “공연이 취소되어 실망하셨을 팬들에게 어떤 위로를 드릴 수 있을까, 이런 시국에 어떤 콘텐츠로 고객을 즐겁게 해드려야 할까, 어떻게 현재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미래의 새로운 콘텐츠를 함께 준비할 수 있을까 등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공연이 연기, 취소되는 동안 수없이 많은 논의과정이 있었다.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업무가 수개월 계속됐다”며 “그 치열한 논의와 결정과정에서 새삼스럽게 다시 발견한 점은 콘텐츠와 팬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빅히트의 철학과 가치가 모든 의사결정의 중심에 있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방 의장은 지난해 미국 대중잡지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의 리더로 스스로를 어떻게 보는가’라는 물음에 “훌륭한 비즈니스맨보다는 좋은 리더에 가깝다”며 “나는 기본적으로 ‘아티스트’이므로 결과나 성과보다는 우리가 ‘무엇을’, ‘왜’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논의하며, 이것은 빅히트의 기업 미션인 ‘뮤직 앤드 아티스트 포 힐링’에 반영돼 있다”는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지난 5월에는 해당 답변의 연장선에 있는 최고경영진 개편이 있었다는 점이다. 개편에 따라 공동대표 체제에서 사업 부문을 총괄해온 윤석준 전 대표가 글로벌 부문 CEO를 맡아 해외시장 공략·확대를 본격적으로 이끌고, 넥슨에서 오랜 기간 전문경영인으로 일했던 박지원 전 넥슨코리아 CEO가 국내 조직을 책임지는 HQ CEO로서 빅히트의 기업 고도화와 조직 안정화에 힘을 싣는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이를 통해 방 의장은 비즈니스가 아닌 ‘리더’ 역할에보다 더 충실하며 빅히트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었다.

지난 6월 진행된 방탄소년단의 온택트 공연 ‘방방콘 더 라이브’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레이블과 비즈니스, 팬덤을 연결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사업 구조를 짜온 빅히트가 오랜 고민과 준비과정을 거친 끝 야심차게 선보인 콘텐츠다. 유료로 진행된 ‘방방콘 더 라이브’는 전 세계 107개 지역에서 동시 접속자 75만6600여 명을 기록해 ‘언택트’ 시대에 새로운 공연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다 시청자가 본 라이브 스트리밍 음악 콘서트’로 기네스에 오르기도 했다. 매출 성과도 고무적이었다. ‘방방콘 더 라이브’ 관람권 가격은 팬클럽 ‘아미’(ARMY)의 경우 2만9000원, 팬클럽 미가입 관객은 3만9000원이었다. 관람권의 평균 가격인 3만4000원에 동시 접속자 수인 75만6600명을 곱하면 총 매출은 약 257억원으로 추산된다. 관객 모두를 팬클럽이라고 가정해 계산해도 최소 219억원이라는 수치가 산출된다.



빅히트는 공연 관람은 물론, 티켓과 공식 상품 구매, 실시간 응원봉 연동까지 모두 가능한 자체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콘서트를 진행해 편리성과 매출을 극대화하기도 했다. 오프라인 공연을 열 때와 마찬가지로 준비한 콘서트 공식 상품의 경우 일주일 만에 74만6000개가 판매됐다고 빅히트는 밝혔다.

레이블 확장에 힘써왔던 부분도 위기 속 빛을 발했다. 회사 수익의 대부분이 방탄소년단에만 쏠려있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히던 빅히트는 지난해 그룹 여자친구 소속사 쏘스뮤직을 인수하고, CJ ENM과 손잡고 합작 레이블 빌리프랩을 설립하며 ‘빅히트 레이블즈’ 확장에 시동을 걸었다. 올해 5월에는 그룹 세븐틴, 뉴이스트가 속한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를 합류시키며 멀티 레이블 체계를 한층 더 확장함과 동시에 아티스트 라인업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빅히트는 올상반기 강력한 음반 파워를 과시했다.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여자친구, 뉴이스트, 세븐틴 등 5팀이 출격한 가운데 가온차트 상반기 앨범차트 기준 100위 내 앨범 판매량 중 40%가 ‘빅히트 레이블즈’ 아티스트의 작품이었다. 또, 각각 앨범 판매량 1, 2위를 차지한 방탄소년단과 세븐틴의 앨범 판매량을 합하면 상반기 ‘톱 10 판매량’의 53%에 달한다.

‘글로벌 슈퍼스타’ 방탄소년단이 ‘맵 오브 더 솔 : 7’(MAP OF THE SOUL : 7)으로 426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여전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꿈의 장_이터니티’(꿈의 장_ETERNITY)가 자체 최고 판매량인 27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가운데 세븐틴이 ‘헹가래’로 120만장, 뉴이스트가 ‘더 녹턴’(The Noctune)으로 19만장, 여자친구가 ‘회_레버린스’(回_LABYRINTH)로 8만장의 판매고를 올려 빅히트의 음반 매출 확대에 힘을 보탰다.

방탄소년단의 올해 눈에 띄게 활발해진 광고 모델 활동도 빅히트의 상반기 호실적에 기여했다. 방탄소년단은 올해부터 바디프랜드, 칠성사이다, 삼성전자 갤럭시, 배스킨라빈스의 광고 모델로 새롭게 활약하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 휠라, 레모나, KB국민은행, 롯데면세점 등의 모델 활동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몸값이 광고 범위에 따라 30억~50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광고계를 종횡무진 누빈 방탄소년단의 이같은 행보는 빅히트의 상반기 실적에 큰 보탬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IP 사업 확장을 기반으로 한 ‘간접 참여형’ 사업도 효자 노릇을 했는데 빅히트에 따르면 이 부문 사업 수익 비중은 2017년 22.3%에서 45.4%로 급증했다.

코로나19가 언제 잠잠해질지 알 수 없는 상황 속 빅히트는 하반기에도 진정성을 담아 이야기할 수 있는 아티스트를 성장시키고 이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방 의장의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방 의장은 회사설명회에서 방탄소년단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연내 컴백을 알리고, 오는 10월 방탄소년단의 콘서트를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개최한다고 밝히며 하반기 실적 확대을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할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음악과 아티스트를 통해 사람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준다는 빅히트의 미션을 계속해서 지켜나가려면 지속가능한 사업을 바탕으로 아티스트와 아티스트의 육성 시스템을 서포트해야 한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팬들과 고객들에게 늘 새로운 경험과 감동을 드릴 것”이라며 “음악에 기반한 세계최고 수준의 엔터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이 된다는 목표 아래 음악산업의 혁신을 위한 빅히트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