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비위 통보' 법관 어쩌나…고심 깊어지는 김명수

by송승현 기자
2019.03.08 11:16:04

압박 나선 법원노조, 법관 66명 추가 징계 촉구
법관징계법, 징계시효 3년…징계 못할 수도
재판 넘겨진 신광렬 부장판사, "내부 관행 따른 것" 반발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는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검찰이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들을 추가 기소한 뒤 법조계 안팎에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추가로 재판에 넘겨진 해당 판사 중 일부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반발하는가 하면, 법원노조 측은 이들의 즉각적인 업무 배제 등을 촉구하며 김명수 대법원장 압박에 나섰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운호 게이트’가 불거진 당시 검찰 수사기록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광렬(54·사법연수원 19기) 부장판사는 “관행에 따라 내부적으로 보고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신 부장판사는 이날 기자단에 보낸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한 입장’ 메시지를 통해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면서 당시 법관 비리 관련 사항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사실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관련 사실 자체는 인정하지만, 법원 내부 관행에 따른 것으로 불법적인 행위가 아니라는 주장인 셈이다.

신 부장판사는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법원행정처 보고 경위나 보고 내용을 취득한 방법, 영장재판 개입이나 영장판사들이 관여한 부분 등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앞으로 법정에서 재판 절차를 통해 자세히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일 사법농단 의혹에 가담한 전·현직 판사 10명을 기소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재판장인 김세윤 수원지법 부장판사 등 현직 판사 66명의 비위 사실을 대법원에 통보한 바 있다.

기소 대상에 포함된 신 부장판사는 2016년 정훈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도박 사건이었던 ‘정운호 게이트’가 법관 비리 사건으로 비화할 것을 우려해 당시 영장전담판사였던 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로부터 검찰 수사기록을 보고 받고 이를 유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한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대법원은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관 66명을 즉시 업무에서 배제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으라”고 촉구했다.

법원노조는 “사법농단의 주범인 양승태를 비롯해 법정에 세워진 전·현직 법관은 14명에 이르게 되었다”며 “비위사실이 통보된 66명의 법관도 그 죄가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장은 연루 법관 전원을 즉시 업무에서 배제하고 징계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며 “국민들은 법관에게 재판받을 권리가 아니라 양심 있는 법관들에게 재판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심은 사라지고 지식만 남은 자들이 국민의 생사 여탈권을 쥐고 흔들게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국회를 향해서도 “적폐법관들을 탄핵하고 헌법적 책무를 다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명단을 넘겨 받은 김명수 대법원장은 아직까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66명에 대한 징계 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징계 시효 등 법관 징계 규정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법관징계법은 ‘징계 등의 사유가 있는 날부터 3년이 지나면 그 사유에 관하여 징계 등을 청구하지 못한다’(제8조)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이 넘긴 명단에는 권순일 대법관 등 이미 징계시효가 지난 경우도 포함됐다.

게다가 징계 확정 이전 재판 업무에서도 사실상 배제할 수 없다. ‘법관은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헌법 제106조·법원조직법 제46조)는 조항 때문이다.

대법원은 검찰 측 자료를 바탕으로 사실 확인을 거친 뒤 징계 여부와 수위 등을 신속히 결정할 방침이란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