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게이트`發 삼성 경영 활동 중단 상황 언제까지?

by양희동 기자
2016.12.23 15:00:11

삼성 미전실 주도 연말 사장단 세미나 취소
이재용 부회장 출국금지..CES 등 해외활동 불가능
특검, 삼성 정조준..내년 2월말까지 1차 수사

삼성그룹이 지난 21일 출범한 특검의 고강도 수사로 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출국금지를 당하는 등 경영 활동 중단 상황을 맞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데일리 DB]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삼성그룹이 미래전략실 주도로 매년 12월 마지막 주 월요일에 경기 용인 삼성 인력개발원에서 열던 사장단 세미나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이 행사는 지난 2012년부터 최지성 미전실 부회장이 주재해 미전실 팀장들과 각 계열사 사장단이 모두 모여 새해 경영전략 및 목표 등을 집중 점검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이달 초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미전실 해체를 공언했고 삼성이 특검의 주요 수사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개최가 어렵게 된 것이다.

새해 그룹 전략을 짜는 중요 일정까지 취소되는 등 사실상 삼성의 경영 활동이 멈추면서 향후 정상화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특검과 재계 등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3일부터 출국 금지 조치가 내려져 해외 활동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은 내년 1월 5~8일(현지시간)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쇼인 ‘CES 2017’에 참석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CES에서 삼성은 색의 선명도를 한 차원 높인 차세대 퀀텀닷(양자점) TV를 선보이며 LG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와 프리미엄 TV시장 선점을 위한 전면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은 이번 CES를 앞두고 혁신상을 받은 퀀텀닷 TV 신제품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공식 일정 시작 전 ‘체험 쇼케이스’도 마련하는 등 행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도 지난 21일 수요사장단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CES에) 많이 와달라. 재미 있을거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출국이 금지돼 CES 참여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그는 2007년부터 7번 연속 CES에 참석했지만 2014년부터 지난해에 3년 연속 불참하고 한국에서 새해 계획 수립에 몰두했었다. 그러나 내년 CES는 그가 지난 10월 등기이사 선임에 따른 책임경영 선언 후 첫 행사인데다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에 따른 삼성의 훼손된 이미지를 만회하는 차원에서 참석할 것이란 관측도 많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지난 2년간은 이건희 회장 부재 등으로 새해 경영 계획 수립을 위해 CES에 불참했지만 이번엔 출국금지를 당해 타의로 못가게 됐다”며 “삼성은 사장단 인사도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고 미전실 해체에 사장단 세미나까지 취소되면서 내년 경영 전략도 현재 ‘올 스톱’ 상태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특검 수사로 인해 삼성의 경영 중단 상황이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당초 삼성은 이달 초 9대 그룹 총수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1차 청문회 이후 관련 증인 채택이 없어 일단 연내에는 큰 위기 상황이 없을 것으로 보였다. 이 때문에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는 경기 수원디지털시티에서 지난 19~21일 각 부문별 부문장과 사업부 임원, 해외 법인장 등이 모여 내년도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글로벌전략회의를 가지기도 했다.

김영기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도 올해 마지막 사장단 회의 직후 글로벌전략회의 분위기에 대해 “내년엔 잘하자”라고 전하며 적극적인 사업 추진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특검이 지난 21일 현판식을 갖고 본격 출범한 직후 ‘삼성물산(028260)-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특검은 합병에 찬성했던 국민연금공단을 중심으로 압수수색을 벌였고 조만간 삼성에 대한 수사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검찰은 삼성물산 합병 의혹과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특혜지원 등을 조사하기 위해 서울 서초사옥을 대상으로 42층 최지성 부회장과 41층 장충기 사장 집무실, 40층 미전실 사무실 등을 3번에 걸쳐 압수수색한 바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특검이 삼성 관계자를 줄소환하고 이 부회장 집무실까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삼성은 사장단 인사 등 그룹 차원의 경영 활동을 특검의 1차 수사 마감 시한인 내년 2월 말까지 미루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