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證, 유상증자 `실권주`가 살렸다(종합)

by정재웅 기자
2011.12.28 20:09:25

유상증자 청약 미달..실권주 대거 발생
NH투자證 등 실권주 인수 나서 '기사회생'
현대證, PBS 요건 자기자본 3조원 충족

[이데일리 정재웅 기자] 현대증권이 실권주 덕분에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PBS) 사업자가 되기 위한 자기자본 요건 3조원을 충족했다.
 
당초 현대증권은 유상증자 결과, 우리사주조합 청약과 구주주 배정 청약에서 모두 저조한 청약률을 보이며 실권주가 대거 발생, 자기자본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하지만 장 마감 이후 NH투자증권이 실권주 인수를 선언했고, 다른 2곳이 실권주를 떠안으면서 가까스로 커트라인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증권(003450)은 28일 이사회를 열고 주주배정 유상증자 청약 미달로 발생한 실권주를 NH투자증권을 비롯한 물량 인수 의사를 밝힌 투자자들에게 배정키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대증권은 PBS 사업을 위한 자기자본요건 3조원을 충족하게 됐다.
 
현대증권은 이날 총 7000만주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결과, 우리사주조합과 구주주 모두 합해 총 2186만2884주가 청약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우리사주조합과 구주주 배정을 합한 청약률은 31.2%에 그쳤다.

현대증권은 지난 1일 우리사주조합을 대상으로 청약을 실시했다. 그 결과, 총 배정주식수 1400만주 가운데 829만205주만 청약에 참여했다. 청약률은 59%, 실권율은 41% 였다.

이어 지난 26일과 27일 이틀에 걸쳐 실시한 구주주 배정 청약에서도 우리사주조합 실권물량을 포함한 총 6170만7595주의 배정물량 가운데 1357만479주만이 청약에 참여, 22% 의 저조한 청약률을 기록했다. 구주주 배정 청약의 실권율은 78% 에 달한다.

이에 따라 현대증권은 PBS 사업자가 되기 위한 기본 요건인 자기자본 3조원을 맞추지 못하는 상황에 몰렸다. 청약률이 이처럼 저조하자 현대증권은 이날 오후 늦게 이사회를 개최, 실권주들의 처리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현대증권 이사회가 진행중이던 상황에서 NH투자증권이 현대증권의 유상증자 실권주 1121만4421주(4.67%)를 953억원에 취득키로 한 것.
 
NH투자증권은 "유상증자 실권주가 발생하면서부터 검토를 해왔다"며 "현대증권 측으로부터의 요청이나 사전 협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즉, 현대증권과 사전 교감 없이 단순 투자목적으로 현대증권의 실권주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셈이었다.

결국 커트라인을 넘어서야 했던 현대증권은 NH투자증권의 인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울러 다른 투자자들에게도 실권주 물량을 넘기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예상했던 대로 PEF 한 곳과 최대주주인 현대상선이 물량 떠안기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현대증권의 최대주주인 현대상선은 현대증권의 유상증자에 예상보다 훨씬 못미치는 400만주(340억원) 정도만 참여키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의 현대증권 지분율(25.9%)을 고려하면 1813만여 주(1541억원) 정도의 물량을 배정 받았지만 나머지는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미 현대상선과 현대증권이 청약률 미달을 예상하고 실권주 물량을 떠안을 주체를 물색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복수의 PEF와 몇몇 기관 등이 언급됐다.

현대증권의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우선주를 발행키로 한 바 있다. 이번에 발행되는 우선주는 보통주와 동일한 의결권을 갖고 있으며, 발행가 대비 연 6.5% 에 해당하는 주당 552원의 배당이 확정돼 있다. 또 발행일로부터 3년뒤 우선주 1주는 보통주 1주로 전환된다.

업계에서는 투자하기에 괜찮은 조건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이미 수익이 어느 정도 보장된데다, 향후 주가가 오를 경우 차익을 노릴 수도 있어 일부 PEF와 기관 등에서 관심을 보여왔다. 아울러 현대증권 등과 이들간에 이미 어느 정도 사전 작업이 완료된 상태였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NH투자증권 등이 실권주를 인수하면서 PBS 요건인 자기자본 3조원을 넘어서게 됐다"며 "자세한 사항은 내일 공시를 통해 알려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