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토끼 잡겠다?..달러 수급정책 왜 바꾸나

by좌동욱 기자
2008.07.14 18:38:28

물가 안정 + 달러공급 확대 `노림수`
단기외채보다 달러유동성 우선..''오락가락'' 정책 비판도

[이데일리 좌동욱기자] 정부가 국내로 유입되는 달러 공급을 확대해, 환율을 하락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 카드를 '총동원'하고 있다.

환율을 끌어내려 물가를 잡는 동시에 앞으로 발생할 지 모르는 글로벌 신용경색 위기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두마리 토끼'를 함께 잡겠다는 포석이다. 특히 달러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은 외환시장의 구조를 바꾸려는 제도 개선안에 주력하고 있다. 시장상황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정부 정책이 불과 몇달 새 '냉탕온탕'을 왔다갔다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도 일각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시중 달러 유동성이 줄어드는 것 보다 단기 외채가 급증하는 현상에 주목해 왔다. 단기외채가 급증하면서 국가 신뢰도가 하락, 중장기적으로 유무형의 피해를 본다는 이유에서다.

불과 50일 전인 지난 5월21일만 해도 최중경 기획재정부 전 차관은 "단기외채 증가의 원인을 분석하고 어떻게 하면 억제할 수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외환시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단기 외채를 규제하면 달러 공급이 줄어들어 환율이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던 정부가 갑작스레 입장을 바꿨다. 단기외채보다는 달러 유동성이 우선이라는 논리다. 최종구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이날 국내 외은지점의 차입금 손비인정 한도 축소 방침을 밝히면서 "단기외채 급증보다는 외화 자금 조달 여건이 더 나쁘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실제 정부는 최근 국내 달러 공급량을 늘리기 위한 제도 개선안들을 잇따라 발표했다.

재정부는 이날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이 본점에서 빌려오는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의 손비인정 한도를 현행 자본금의 3배에서 6배로 완화한다고 밝혔다. 외국계 은행들이 본점에서 빌려오는 달러 차입 비용을 낮춘 것이다.
 
지난해부터 억제해왔던 공기업 외화 차입도 전면 허용했다.

이를 위해 재정부는 '냉탕온탕' 정책이라는 비판까지 감수했다. 외은 지점들의 손비 인정한도는 올해 1월1일부터 6배에서 3배로 축소된 것을, 다시 6개월만에 원위치 시킨 것이다.



정부는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을 조기에 축소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 제도는 지난해 6월 도입 당시 2009년 말까지 시행하겠다고 밝혔던 것. 제도를 조기에 폐지할 경우 펀드 가입자들과 증권사들의 반발이 우려되지만, 부작용을 내버려둘 수는 없다고 정부는 강조하고 있다. 비과세 혜택이 없어지면 해외로 달러가 유출되는 현상을 일정 부분 막을 수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최근의 잇따른 외환 규제 완화책들은 기본적으로 국내 달러 유입을 촉진하는 요인이 있다"며 "제도 개선을 위해 그동안 달러 유입이 필요한 시점을 보고 있었는데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처럼 달라진 이유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촉발된 글로벌 신용 경색이 재차 확산되면서 국내금융기관들이 외화 차입에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외화차입 조달 비용이 높아지면서 아예 해외채권 발행을 보류하는 은행들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재정부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역외시장 기간물(3개월 기준) 가산금리는 지난해 7월 7bp에서 올해 6월 90bp로 무려 10배이상 급등했다. 가산금리가 높아지면 외화 차입비용도 높아진다.

특히 올해 9월경 외국인들이 투자한 국고채, 통안채 만기가 대거 도래하면서 일시적으로 달러 수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들이 국채를 한꺼번에 내다 팔 경우 달러가 국외로 빠져나가면서 금리와 외환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것. 

정부는 내심 잇따른 제도 개선안으로 환율이 하락 안정화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국내로 들어오는 달러가 많아지거나 해외로 나가는 달러가 줄어들게 되면 달러 가치는 하락하는 대신 원화 가치는 높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환율 하락은 물가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실탄(달러)를 시장에 내다 팔아 환율을 직접 끌어내리는 외환당국의 시도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원인. 정부는 지난 한달간 200억달러(시장 추정)의 현물을 외환시장에 내다 팔아 환율을 끌어내리려고 했지만, 정부 개입 직후 환율이 곧바로 반등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달러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많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환율 급격한 하락을 막기 위해 도입했던 규제도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정부는 지난 4년6개월간 시행해왔던 국내 은행의 차 액결제선물환(NDF) 매수초과포지션 한도를 이달 중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외국인들이 NDF에서 달러 선물환을 팔 때 국내 은행이 이를 받아주면서 쌓게 되는 NDF 매수초과 포지션에 제한을 두는 제도로 환율 하락을 막는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