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인수 기업사냥꾼 2세대 활개.."투자유의"

by한상복 기자
2003.06.25 16:01:40

[edaily 한상복기자] 25일 금감원이 발표한 이성용 씨 사건은 사채업자를 끌어들인 무자본 기업인수와 대주주 횡령 및 주가조작으로 이어진 다수 사건을 "하나의 세력"이 주도해왔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곱씹어 볼 만 하다. 특히 이성용 씨의 경우 경제사범으로 구속됐다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풀려나 다시 범죄를 저질러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결국 경제사범들에 대한 당국의 소홀한 감시가 한탕을 재탕, 삼탕으로 만들어가는데 일조를 한 셈이다. 이성용 씨의 경우 지난 2001년 병보석으로 나온 뒤 남의 명의로 회사를 인수하면서 횡령과 주가조작을 일삼았는데, 이들 세력이 한몫을 챙기고 해당기업이 줄부도를 낸 뒤에야 조사에 착수함으로써 "사후약방문" 대응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더구나 이성용 씨가 재수감되기전 이씨로부터 무자본 M&A 기법을 전수받은 일련의 2세대 사냥꾼들이 여전히 시가총액 하위 회사들을 기웃거리며 군침을 흘리고 있다. 이들의 모방범죄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무자본 인수에서 횡령과 부도로 = 이성용 씨 수법의 특징은 "기업형"이라는 점이다. 여러 세력을 연합해 역할을 분담한 뒤 기업을 인수해 그 기업 주식 등을 담보로 또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그런 다음 물량이 적어 주가조작이 용이한 우선주를 주대상으로 주가조작을 벌이는 한편 인수기업의 명의로 어음을 남발하거나 회사 자금을 인출해 횡령하는 등 피해를 주는 방식을 되풀이했다. 무자본 인수에는 전주들을 동원했다. 이용호 사건 관련자인 최병호 씨가 자금 지원 및 중개를 맡았고 지난해 구속된 명동 사채업자 반재봉 씨도 일부 인수기업의 가장납입에 참여하기도 했다. 반재봉 씨는 무려 5120개 기업에 6540억원의 가장납입 자금을 대주었다는 검찰의 발표에서 드러난 것 처럼, 작전세력에게 "거물대접"을 받아온 큰 손으로 통했다. ◇2세대 사냥꾼 활개..투자주의 요망 = M&A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성용 씨가 보석으로 풀려난 이후 몇몇 코스닥기업의 인수합병에 참여하기도 했다"며 "그를 회장님이라고 부르면서 따라다니던 사람들이 있었고, 이들중 일부가 지금도 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용 씨는 지난해 세화시스템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하이퍼정보통신을 인수한 뒤 회사 공금은 물론 자사주까지 횡령하는 대담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씨는 보석중인 자신의 입장을 고려, 하수인을 통하거나 제3의 세력과 연계해 일부 코스닥기업 부당행위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당시 함께 했던 사람들이 연이어 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발생한 대우증권 계좌도용 사건. 대우증권의 기관 계좌를 도용해 델타정보통신 주식을 대량 매수 주문토록 한 뒤 물량을 털어버린 것이었다. 당시 사건을 주도했던 혐의자 가운데는 이성용 씨와 함께 기업사냥을 했던 사람들이 끼어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성용 씨의 경우 남의 돈을 빌려 회사를 인수한 다음 노골적인 수법으로 부당이득을 취하는 스타일로, 지난해부터 석연치 않은 기업 인수가 늘고 있는 것을 보면 앞으로도 피해를 보는 기업과 투자자들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큰손 주변에서 일을 배우는 2세대 사냥꾼들은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중 일부가 최근 기업인수에 나서는 등 급부상하고 있다"면서 "최대주주가 바뀌는 저가주 종목에 대해서는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