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대화도 진척 없는데 대통령 패싱 논란까지…코너 몰린 한동훈

by김한영 기자
2024.10.01 17:06:30

용산-與 이견 차에 여야의정 협의체 한달째 ‘무소식’
반면 정부 주도 '의료인력 추계기구'에 의료계 긍정 반응
김건희 여사 해법 갈등도 여전…친한계 "사과 필요"
韓, 尹만찬서 빠져…"원내 관여말라 시그널로 보일 수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에 앞서 한동훈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이데일리 김한영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내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이 한 대표를 패싱하는 듯한 모습도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한 대표가 코너에 몰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가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는 약 한 달이 지나도록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의정갈등 장기화에 따라 정치권과 정부, 의료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 지역 필수의료를 개선하자는 제안했지만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속에 협의체는 첫발도 떼지 못하고 표류하는 모습이다.

그는 지속적으로 의료계를 만나 설득에 나섰지만, 2025년 의대 정원 조정 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강경한 입장에 의료계가 마음을 열지 않으며 협의체는 개점도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돌연 정부는 누그러진 자세로 의료계와의 별도 대화 채널을 구성하려고 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지난달 29일 의료계에 유화적 제스처를 보내며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 산하에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특히 그동안 의사단체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아온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필수의료에 헌신하기로 한 꿈을 잠시 접고 미래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전공의 여러분을 생각하면 매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며 사과 의사를 표현하며 변화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의료계도 대화의 기본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2025년 증원 백지화’ 요구에 대해 완화된 입장을 내보이며 추계기구를 통한 논의에 긍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최종적으로 의료계의 참여 여부는 이달 중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의료계 참여로 추계기구 활동이 본격화될 경우 한 대표가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를 대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친한계 의원은 “추계기구도 여야의정 협의체 안에서 논의할 수 있음에도 별도로 만들겠다는 건 한 대표와 정부가 따로 논다는 이미지를 줄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추계기구 신설로 여야의정 협의체가 배제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모든 것을 그렇게 사극식으로 해석하지 말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기다려달라”며 “정부도 과거와 달리 유연한 입장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의 갈등의 직접적 원인이 된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의혹 대응을 두고도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현재 윤 대통령은 이달 4일 이전 재의요구(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재표결이 확실시되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선 “의원들이 잘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당이 똘똘 뭉쳐 재표결에서도 특검법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원내지도부와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 대표를 비롯해 당내 친한(동훈)계는 김 여사의 사과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장동혁 최고위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어떻게든 해소가 돼야 한다”며 “수사나 특검은 아니더라도 사과나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든 정치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 때 대통령께서 김 여사 문제에 사과하지 않았나. 이제 당사자만 남은 것이고 진솔한 사과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윤 대통령은 2일 한 대표를 제외한 원내지도부 등만 초대해 만찬을 한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진행하는 연례적 만찬’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도 특검법 재표결을 앞둔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한 대표를 배제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친한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 친한계 의원은 “한 대표가 원외라고 해서 원내 상황에 역할이 없는 게 아니다. 한 대표와 대통령과의 관계가 껄끄럽다는 게 국민에 알려진 상황에서 패싱에 대한 오해를 만들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원내는 추경호 원내대표가 하는 것이니 한 대표는 관여하지 말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시간은 한 대표의 편이 아니다. 당 혁신을 하려고 해도 당내 우군이 없기 때문에 친윤계가 비토하면 하기가 어렵다는 게 한 대표의 처지”라며 “친한계는 억울하더라도 권력투쟁을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