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싱가포르 주택시장 급랭.."올 집값 10%대 추락"

by이정훈 기자
2014.02.20 14:00:48

QE로 한때 버블우려..금리상승-공급확대에 냉각
"올해 두자릿수 집값 하락..내년이 더 큰 걱정"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지난해 과열양상까지 우려되던 홍콩과 싱가포르 부동산시장이 갑작스럽게 냉각되고 있다.

시장금리 상승과 주택 신규 공급물량 증가가 투자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는 탓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홍콩과 싱가포르 평균 집값이 최대 두 자릿수의 하락률을 보일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피터 처치하우스 아시아 하드에셋리포트 편집인은 20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양적완화(QE)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두 나라의 주택시장이 버블(거품) 상황으로 치닫는다는 우려가 고조됐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올해에는 주택시장이 정체되거나 다소 약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한때 버블 우려까지 낳았던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는 정부들이 나서 부동산시장 과열을 제어하기 위한 공급물량을 확대하는 조치를 취해왔고 그 조치들이 이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이같은 집값 하락 우려는 신규 공급물량이 향후 2년간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기인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연준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등으로 최근 상승하고 있는 시장금리와 맞물려 이들 부동산시장은 이중고(二重苦)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제상업은행그룹(CIMB)은 이 두 가지 변수들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두 단계에 걸쳐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앤드류 로렌스 CIMB 애널리스트는 “이제 시장은 첫 번째 하락기에 접어들었다”며 “이 단계에서는 수요가 서서히 줄어들면서 공급물량이 늘어나 주택가격을 끌어 내릴 것이며 이 과정은 질서 정연하면서도 완만한 가격 하락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시장금리 상승이 본격화되면서 두 번째로 본격적인 하락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로렌스 애널리스트는 “이로 인해 잠재적으로 공급과잉이 확대될 수 있다”며 “주택 재고물량을 늘려 가격이 큰 폭으로 추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CIMB는 향후 5년내 주택 순(純) 공급물량이 60%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주택 공급물량은 수요보다 4배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홍콩 부동산 가격이 올해 10% 하락한 뒤 내년에도 15% 더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싱가포르 부동산시장도 올해 계속 하강국면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트리샤 송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는 “실수요자들에 따라 주택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투자수요가 줄어들면서 실제 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수요가 중요해졌는데, 이같은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2월부터 서서히 매도하는 쪽에서 가격을 낮추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싱가포르에서는 지난 4분기에 전국 평균 집값이 전기대비 0.9% 하락하면서 7분기만에 처음으로 가격 하락을 경험했다.

송 애널리스트는 올해 싱가포르 주택 판매가 20% 정도 급감하면서 올해 5%, 내년에 추가로 5~15%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싱가포르 최대 은행인 DBS의 피유시 굽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집값이 작년보다 10~15%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