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 철강업계, 용인술로 '생존' 모색

by정태선 기자
2013.12.26 15:27:06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장기불황으로 엄동설한의 혹한기를 지나고 있는 철강업계가 연말 인사를 통해 허리띠를 바짝 조이고 있다. 공급과잉의 구조 속에서 조직개편과 함께 적재적소에 인재를 보내는 용인술로 생존전략 마련에 나선 것이다.

26일 업계 따르면 동국제강(001230)은 최근 인사를 통해 봉형강 사업에 힘을 실었다. 5명 가량의 임원을 재배치하는 소폭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봉형강 담당인 최원찬 이사를 상무로 승진시켰다. 동국제강은 봉형강 판매를 확대해 후판사업의 부진을 만회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후판사업을 시작한 동국제강은 조선업계 불황으로 제품가격이 15% 이상 하락한 데다 포스코에 이어 현대제철까지 후판공급에 나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이미 동국제강을 추월한 현대제철은 내년 100만t 이상의 후판 생산을 예고하고 있어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동국제강은 적자를 내고 있는 후판공장의 가동률을 낮추고, 봉형강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올 임원 정기인사는 성과중심 경영 체제를 확립하고 불황기 내실을 기하는 방향에서 이뤄졌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동부제철(016380)은 열연사업을 강화하고 나섰다. 최근 조직개편과 인사에서 철원대체재 사업개발 담당을 새로 만들고, 제철원료실장이던 김영대 부사장을 이 담당으로 전보 발령냈다. 동부제철이 철원대체재 사업개발 담당을 신설한 것은 열연의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동부제철은 인천공장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알짜사업인 컬러 강판 사업은 당분간 접을 수 밖게 없다. 대체 성장엔진을 열연사업으로 꼽고,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동부제철 관계자는 “인천공장을 매각하면 컬러 강판이 당분간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빠져 이를 만회하기 위한 사업 전략을 고민을 하고 있다”며 “열연 사업부문을 중심으로 한 원가 경쟁력 확보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인사를 단행한 세아그룹은 오너 일가의 역할에 변화를 줬다. 지난 3월 고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이 별세한 이후 세아그룹은 동생인 이순형 세아홀딩스 회장이 그룹 경영을 총괄해왔다. 그런데 내년 초부터 고 이운형 회장의 부인인 박의숙 세아네트웍스 대표이사 사장도 회장 타이틀을 단다. 세아그룹은 이순형-박의숙 2명의 대표이사 회장이 자리잡게 됐다. 아울러 박 회장의 아들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상무는 세아베스틸 기획본부장을 겸직하게 됐고, 이순형 회장 아들인 이주성 세아베스틸 상무는 세아제강 경영기획본부장으로 전보 발령났다.

한편 CEO 선임 이슈를 안고 있는 포스코(005490)는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신임 회장을 선출하고, 이어 4월 1일 창립기념일에 맞춰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의 현대제철(004020)과 현대하이스코(010520)는 금명 간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특히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 냉연사업 부문을 합병하면서 인사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현대제철은 올해 잇따른 안전사고로 관련 임원 3명이 물러나는 등 일부 문책성 인사를 단행하고, 안전확보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