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22일만에 순매도 전환..매수행진 멈추나

by윤도진 기자
2010.04.12 16:25:52

환율 하락이 IT·자동차株 이익실현 욕구 자극
"원화가치 안정되면 재매수 여지도 충분"

[이데일리 윤도진 기자] 지난 3월 이후 지수 상승을 이끌어온 외국인 매수세가 이틀째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정규장에서 매도우위로 마친 뒤 우리은행 블록딜 결과가 장외 대량매매에서 집계되며 순매수를 겨우 유지한 바 있다.

이어 주말을 보내고 열린 12일 장에서도 정규장을 매도우위로 마치며 장중 2거래일 연속 순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시간외 대량매매 집계까지 매도우위를 유지하게 되면 지난달 11일 이후 22거래일만에 방향을 트는 것이다.



1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오후 3시 정규장 마감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1019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는 이와 맞물려 전 거래일 대비 14.17포인트, 0.82% 하락한 1710.30에 장을 마쳤다.

앞서 외국인은 지난 9일에도 장중 300억원 가량의 순매도를 기록한 뒤 장 마감후 집계된 시간외 대량매매 집계로 6229억원 순매수를 기록한 바 있다.

이날 외국인은 개장 초 뉴욕 증시 호조에 따라 순매수를 나타냈다. 그리스 지원에 대해 유로존 국가들이 합의한 것도 매수세 유지를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가파른 환율 하락이라는 변수에 외국인은 마음을 돌렸다. 이날 서울외국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한때 1110선 가까이 내려간 뒤 결국 1114.10원에 장을 마쳤다.

중국 위안화 절상이 임박했다는 소식과 함께 원화가치도 동반 절상될 수 있다는 해석이 환율 하락을 부추긴 요인이 됐다. 이 같은 환율 변수에 외국인은 IT·자동차 업종 등 수출주 중심으로 `팔자`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005930)가 전날보다 3%원 넘게 하락하며 83만원에 턱걸이해 장을 마쳤다. 현대차(005380), 기아차(000270)도 6~7%대 급락해 장을 마감했다.





환율 하락은 최근 국내 증시의 외국인 매수시 환차익에 대한 매력을 떨어뜨린다는 점, 또 수출 기업의 가격경쟁력과 채산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최근 국내 증시가 보여온 상승세엔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분석돼 왔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환율 하락의 속도에 따라 외국인의 해당 업종에 대한 순매수 속도 조절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환율 하락으로 환차익 매력 증가와 함께 IT, 자동차 업종에 대한 채산성 악화 우려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최근 외국인이 IT와 자동차 업종에 집중적으로 순매수를 보였다는 점에서 우려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많이 샀고, 가격이 오른데다, 환율 하락으로 팔면 남는 것도 많은 상황에 안 팔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우리금융 블록딜을 빼면 사실상 이틀 연속 외국인 순매도인데 이는 단기간 외국인이 국내 IT, 자동차 업종 주식을 집중적으로 산 것에 대한 이익실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마침 환율이 급격히 하락해 실현 가능한 이익이 커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시적 환율 하락세가 차츰 안정화되면 외국인 매수세도 재가동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김 팀장은 "이틀째 장중에서 현·선물 동반 매도가 나타났는데 이를 보면 일반적인 매도세 전환으로 보긴 어렵다"며 "일시적 이익실현 성격이 강한 것을 감안하면 숨고르기를 한 뒤 재매수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아직은 외국인이 매수 기조를 버렸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대외 변수들을 지켜보며 대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