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센 이어 노바티스도 ‘레전드바이오텍’ 주목...CAR-T 신약 또 합작하나
by김진호 기자
2023.11.17 11:04:20
레전드-얀센과 합작해 6번째 CAR-T ''카빅티'' 성공
노바티스-레전드, 고형암 대상 첫 CAR-T 개발 시도 전망
''큐로셀·앱클론''도 신규 적응증 대상 후속물질 발굴 완료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중국계인 레전드바이오텍(레전드)이 키메릭항원수용체(CAR)-T 개발을 원하는 글로벌 제약사(빅파마)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미국 얀센과 6번째 CAR-T인 ‘카빅티’를 주요국에서 성공시킨 레전드가 가진 다른 후보물질들에 대한 독점권을 최근 스위스 노바티스가 10억 달러 규모로 기술이전받는 계약을 체결하면서다.
특히 노바티스는 레전드가 가진 소세포폐암 대상 CAR-T 후보물질에 관심이 큰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혈액암 적응증에 국한됐던 CAR-T 신약의 무대를 고형암으로 확장시키려는 계획이다. 반면 큐로셀(372320)부터 HK이노엔(195940)까지 국내 대표 CAR-T 개발사들은 기존 시판된 물질이 가진 혈액암 적응증 획득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후발주자로서 ‘첫 CAR-T 개발 성공’이란 타이틀을 거머쥐는 동시에 미래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13일 노바티스는 레전드의 일부 후보물질의 글로벌 권리에 대한 독점적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의 계약금 1억 달러(한화 약 1300억원)이며 임상이나 시판 등 진행 단계에 따른 최대 마일스톤(10억 1000만 달러)을 포함하면 총 11억1000만 달러 규모로 확인됐다.
중국계 과학자들이 설립한 미국 진스크립트 바이오텍의 자회사로 속해 있는 레전드바이오텍은 업계에서 사실상 중국 기업으로 통한다. 실제로 레전드는 중국에서 다발성골수종 환자 17명을 대상으로 ‘카빅티’(실타캅타진 오토류셀)의 임상 1상을 선제적으로 진행해 그 결과를 2017년에 발표한 바 있다.
이를 눈여겨 본 얀센은 당시 4000억원 규모로 레전드로부터 카빅티의 미국 내 개발 및 판매권을 획득했고, 양사가 공동으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해, 결국 2022년 2월 FDA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았다. 현존하는 6종의 혈액암 대상 CAR-T 신약 중 1종을 발굴한 것이 레전드인 셈이다.
이번 계약으로 노바티스가 레전드와 함께 고형암 대상 첫 CAR-T 신약 개발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노바티스 측은 특히 지난해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소세포 폐암 및 대세포 신경내분비암 대상 임상 1/2상을 승인한 레전드의 CAR-T 신약 후보 ‘IB2102’ 등이 이번 계약에 포함됐다고 언급하고 있다. IB2102는 소세포폐암 세포 표면에 주로 발현하는 DLL3 단백질을 표적하도록 만든 CAR-T다.
CAR-T 신약 개발 업계 한 관계자는 “IB2102라는 물질이 이번 계약에 중심에 있는 것을 보면 고형암 CAR-T 신약 개발을 노리는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고형암 대상 CAR-T 임상은 세계적으로 시도돼 왔다.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것은 그만큼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국바이오협회가 공개한 ‘고형암 표적 CAR-T 치료제 개발 동향’에 따르면 당시 세계적으로 198개의 고형암 대상 CAR-T 임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대부분이 중국(99개)과 미국(85개)에서 시도되고 있었다.
앞선 관계자는 이어 “고형암 분야 신약 개발을 달성하는 문제는 CAR-T 업계 최대 화두다”며“CAR-T 개발 기술력이 검증된 레전드와 빅파마인 노바티스의 연대인 만큼 새로운 신약 탄생 가능성에 대한 업계의 주목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대표 CAR-T 개발사로 알려진 큐로셀과 앱클론(174900)은 우선 혈액암 대상 첫 CAR-T 신약을 개발 완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양사는 순서대로 2021년 2월과 12월 차례로 각각 ‘안발셀’(프로젝트명 CRC01)과 ‘AT101’에 대해 혈액암 대상 국내 임상 1/2상을 승인받았다. 현재 큐로셀은 거대B세포 림프종 환자 41명을 대상으로 안발셀의 임상 2상에 대한 성공적인 중간결과를 내놓으며, 최대 82명까지 투약해 최종 분석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앱클론 역시 비호지킨 림프종대상 1상 최총분석을 마치고 2상 진입을 준비 중이다.
CAR-T 개발 업계 관계자는 “큐로셀과 앱클론의 후보물질의 효능이 현재까지는 60~70%로 씨판된 약을 넘어서고 있다”며 “선도 약물의 적응증을 확장하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사가 발굴한 후발 약물들은 회사의 기술력을 입증할 주자일 순 있어도 미래를 책임질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큐로셀과 앱클론도 레전드와 노바티스처럼 신규 혈액암 또는 고형암 적응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큐로셀은 현재까지 개발된 경쟁약이 없는 T세포성 림프종 대상 CD5 타깃 CART- 후보 ‘CRC03’을 확보했다. 또 앱클론은 활성 조절 기능을 추가한 ‘스위처블 CAR-T’(zCAR-T) 난소암 대상 ‘AT501’을 발굴해 지난해 9월 미국에서 관련 특허를 등록했다.
이밖에도 유틸렉스(263050)가 지난 2월 간암 대상 GPC3 타깃 CAR-T 후보 ‘EU307’의 임상을 승인받았다. HK이노엔(195940)도 자체개발한 고형암 대상 CAR-T 치료제 1종에 대한 기초연구를 수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