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10월 코인 강세장 기대…`산타랠리`도 물 건너갔나

by이정훈 기자
2022.10.24 12:19:35

`상승 약속의 달` 10월 올해엔 1%대 하락 중…기대 빗나가
개인투자자 이탈→가격변동성 추락→코인 투자매력 저하
"인플레 진정되고 경기 나아지면 개인투자자 돌아올 것"
연준 긴축 속도조절 기대에 연말 코인 규제 구체화 기대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10월을 영어로는 `October`로 표기하는데, 가상자산업계에서는 10월엔 늘상 코인 가격이 상승했다는 의미에서 가격이 뛴다는 뜻으로 `Up`을 붙여 `Uptober`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실제 이는 역사적으로도 충분히 입증됐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13년 간의 역사적 데이터를 보면 10월에는 평균 28.4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리곤 11월에는 평균 42.22%, 12월에 12.34%까지 석 달 연속으로 상승세가 이어졌다. 특히 2010년 10월에 한 달 간에만 무려 211%라는 기록적인 상승률을 보였고, 최근 3개년도를 봐도 2019년에 10%, 2020년에 28%, 2021년에 40% 등 상승세를 계속 이어왔다.



그러나 올해에도 10월에 비트코인시장 랠리가 올 것이라던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아직 1주일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긴 해도, 이달 들어 지금까지 1% 이상 하락 중인 비트코인 가격이 예전과 같은 강한 오름세를 기록하긴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처럼 역사적인 강세장이었던 10월에도 비트코인 가격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건, 시장 상승엔진 역할을 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시장 이탈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다 보니, 2020년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으로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이 나스닥지수 변동성보다 낮아지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연도별 10월 비트코인 수익률 추이


클라라 메달리 카이코 리서처부문 대표는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이 수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이제는 나스닥지수보다 더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는 지경”이라며 “10월 내내 비트코인 가격은 6차례나 2만달러를 깨고 내려가면서 1만8000~2만달러 좁은 박스권에 갇히게 됐고, 일평균 거래대금도 예년 평균보다도 적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크리스틴 스미스 미국 블록체인협회 집행이사는 “장기 투자자들 덕에 비트코인시장이 거시경제 악재 속에서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로 인해 (투기적이고 적극적인 거래를 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을 이탈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늘어난 임대료와 높아진 기름값과 음식료값 등으로 인해 여윳자금을 마련하기 힘들어진 개인들이 비트코인시장에서 꽤나 이탈했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과 나스닥지수의 20일 변동성 추이




그러면서 “이렇게 개인투자자들이 이탈하니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이 줄었고, 가격 변동성이 줄어드니 (주식과 같은 전통적인 자산에 비해 높은 기대 수익률을 갖고 있는)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 매력이 낮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스미스 이사는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경기가 다소 살아나면 개인투자자들이 다시 시장에 뛰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제 10월을 실망스럽게 보낸 비트코인시장이 11월과 12월에는 산타랠리를 맞을 수 있을까 하는 쪽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아직까지 비트코인의 가격 바닥 다지기가 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기술적 지표나 온체인 데이터, 과거 경험칙 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보다 거시적인 환경으로 보면 연말랠리 가능성을 기대하게 만드는 잠재적 호재도 분명히 있다.

하나는 연준의 통화긴축 속도 조절 기대감이다. 지난주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연준이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또 한 차례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이후에 12월에는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한 이후부터다.

실제 이 보도 이후 12월 FOMC 회의에서 75bp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50bp 인상으로 후퇴했고, 치솟던 시장금리가 내려가고 달러화 강세도 주춤하고 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위험자산 선호가 강화하면서 비트코인도 연말랠리를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캘리 콕스 이토로 애널리스트는 “이제부터 시장은 국채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면서도 “주식시장에서도 예상보다 양호한 기업 실적으로 인해 반등 모멘텀이 살아나고 있는 만큼 비트코인도 반등을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11월 중간선거 이후 미국 의회에서 가상자산과 관련된 입법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협회에 참여하기 전 10여년 간 미 의회에서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하며 IT 관련 입법 등에 집중해 와 의회 동향에 정통한 스미스 이사는 “현재 미 의회는 가상자산 현물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추가 입법 노력을 하고 있다”며 그 결실이 이르면 연말 쯤에는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점쳤고, 그렇게 된다면 기관투자가들의 비트코인 투자도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현재 미 상원 농업위원회에서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이 증권(Securities) 성격이 없는 가상자산을 상품(Commodity)으로 분류해 이를 연방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서 규제하도록 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는 중앙화한 가상자산 거래소들을 규제하는 훌륭한 프레임워크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그밖에도 탈중앙화금융(DeFi)에 대한 규제와 투자자 보호 입법이나 중앙화한 거래소들에 대한 가상자산 수탁 의무화 법안 등도 논의되고 있으며. 이르면 올 연말 쯤이면 입법이 하나 둘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