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강원산불, 역대 최대 피해 '눈앞'…당국, 장기화 태세 전환

by문승관 기자
2022.03.08 14:10:38

울진·삼척·강릉·동해·영월산불, 2만1765㏊ 피해…서울 면적 36% 규모 사라져
지난 2000년 최대 피해 기록 강릉·고성산불 2만3794㏊ 근접…3만㏊ 시간문제
울진·삼척 진화율 50%에 그쳐…금강송 군락지에 결국 불, 헬기 긴급 추가 투입

[울진=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울진·강원산불이 닷새째로 접어들었으나 진화가 교착 상태에 빠지며 지지부진하다. 소방·산림당국이 ‘불머리(화두) 잡기’에 총력전을 펼쳤으나 현장에 짙은 연기와 안개로 헬기 운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진화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주불 잡기에 실패한 당국은 장기전 체제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2000년 동해안 산불이 열흘간 이어졌고 마지막 날 비가 오면서 진압됐다”며 “진화 시점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비 예보 이전에 주불을 끌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울진산불 닷새째인 8일 산불이 번져 36번 국도 가까이 다가오자 헬기가 물을 뿌려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8일 오전 11시 기준 브리핑을 통해 현재 울진·삼척·동해·영월·옥계 등 울진·강원산불로 피해를 본 면적은 서울(6만524㏊) 면적의 약 36%에 달하는 2만1765㏊(울진 1만4701, 삼척 772, 영월 80, 강릉 1900, 동해 2100 등)에 이른다고 밝혔다. 현재 상태에서만 이미 2000년 강원 강릉·고성산불(2만3794㏊) 이후 두 번째로 큰 피해 규모다.

강릉과 동해·영월산불은 진화작업이 마무리 단계이지만 울진·삼척산불은 진화율이 50%에 그쳐 지난 2000년 피해 규모를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완전 진화까지 고려하면 피해면적 3만㏊를 넘어서는 건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최병암 청장은 “선택과 집중으로 일부 구간에 산불이 확산할 수도 있으나 전략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며 “주민 안전을 최대한 고려해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 최 청장은 “한 구역 한 구역이 보통 산불의 대형 산불과 비교할 정도로 넓은 면적이다 보니 진화 작업에 어려움이 많다”며 “구역이 너무 넓어 완전 진화까지 상당한 시간을 소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울진산불 닷새째인 8일 국내 최대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 경계까지 불길이 번지면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당국이 방화선을 구축하고 대비에 나섰던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에 결국 불이 옮겨붙었다. 소방·산림 당국은 헬기를 긴급 추가하는 등 군락지로의 산불 확산 차단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최 청장은 “시간을 확인해봐야 하겠지만 지금 화선(불줄기)이 조금 소광리 소나무 군락지 능선으로 약간 넘어온 상태”라며 “초대형 헬기 2대 등을 더 투입해 금강송 군락지 확산 차단에 매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청장은 “산불을 끄기가 쉽지 않은 지역이어서 진화대원 안전도 걱정된다”며 “핵심 군락지가 계곡에 모여 있는데 최대한 방어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금강송 군락지는 울진읍 서쪽인 금강송면 소광리에 있다. 2247㏊에 이르는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에는 수령이 200년이 넘는 소나무 8만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이날 오전까지 소방·산림 당국은 주불 잡기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기상 여건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데다 연기와 안개가 섞이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상청은 “산불이 난 동해안 지역에선 아침까지는 서풍, 낮에는 동풍으로 바람의 방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건조함이 연일 갈수록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소방·산림 당국은 경북 울진에서 강원 삼척 사곡리, 가곡천 1구역 화선 진화를 목표로 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일부 불이 번진 금강송 군락지 진화와 더불어 추가 방화선 구축을 통해 불이 더 번지는 것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울진산불 닷새째인 8일 신속기동부대 해병대원들이 울진읍 대흥리 용천사 주변에서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