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재판 나선 조국, '감찰무마' 전면 부인…"중단 아닌 종료였다"

by남궁민관 기자
2020.05.08 11:57:17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부터 심리
당시 유 전 부시장, 자료 안내고 병가로 출석도 불응
조국 측 "강제권 없고, 법령상 더 할 수 없어 종료"
檢 "친정부 인사에 대한 감찰무마 청탁사건"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검찰의 기소 이후 5개월여 만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처음으로 출석한 가운데,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과 관련된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사실에 상응하는 인사조치가 이뤄졌고, 이후 법령상 허용된 감찰을 더 진행할 수 없어 감찰을 중단한 것이 아닌 종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 측은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김미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한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 측은 “유 전 부시장 감찰과 관련한 보고를 받고 비위 사실에 상응하는 인사조치를 하라고 지시한 것이 전부”라며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의 감찰이 중단됐다고 하지만 중단이 아니고 종료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족 비리와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조국 측 “당시 감찰 더 할 수 없는 상황…사실상 종료 상태”

구체적으로 조 전 장관 측은 “고위 공직자 비위를 감찰하는 업무는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이 담당하는데, 이는 수사와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기구가 아니고 강제력을 동원하지 않는 범위에서 비위 첩보를 수집한 후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권한만을 갖는다”며 “민정수석은 이와 같은 업무와 관련해 조사 및 감찰 착수 진행과 종결 등과 관련해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지며, 특감반이 가능한 범위에서 수집한 첩보와 사실관계를 수사기관에 의뢰하고 이첩하는 재량권을 갖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특감반은 강제권이 없는 곳으로, 법령상 허용된 감찰을 더 할 수 없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민정수석으로서 사실관계를 통해 최종 결정권을 행사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인사조치를 지시한 게 어떻게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고 의 무없는 일을 하게 한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 법리적으로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함께 기소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측 역시 당시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이 더 이상 진행되기 어려워 종료된 것이 맞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감찰 종료는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의 직무권한인 만큼, 이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라고 볼 수 없다는 동일한 의견을 내비췄다.



백 전 비서관 측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이 종료될 즈음에 그 이후 자료 제출 요구 과정에서 유 전 부시장이 자기에게 유리한 자료만 제출하는 등 상황이 장기화 되면서 사건 처리를 놓고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 과정에서 백 전 비서관은 조 전 장관에게 감찰 종료로 정무적 의견을 제시했던 것으로 보이며, 박 전 비서관과 합의가 돼 유 전 부시장으로부터 사표를 받고 감찰을 종료하는 것으로 특감반에 전달이 됐다”고 설명했다.

박 전 비서관 측도 “당시 유 전 부시장은 한 두번 자료를 내는 시늉만 하다가 안 내고, 급기야 병가를 가 특감반의 출석요구에 불응해 강제수사권이 없는 특감반은 감찰을 진행할 수 없는, 사실상 종료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檢 “친정부 인사 감찰무마…‘사표 내니 감찰 없었던 것으로’”

검찰은 이날 공소요지 진술을 통해 “이번 사건은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공직자 측근 비리를 감찰하는 민정수석 포함 민정수석실 고위 관계자들이 현 정부 실세들로부터 친정부 인사에 대한 감찰무마 청탁을 받고 이미 감찰을 통해 비위 행위가 발견된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해 청와대 특감반 관계자에 대한 감찰을 중단하게 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로 공소제기됐다”고 설명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유 전 부시장은 감찰을 받을 당시 평소 친분이 있던 천경득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에게 “억울하다”고 토로했고, 이후 천 행정관은 “청와대가 금융권을 잡으려면 유 전 부시장이 필요하다”고 이인걸 전 특감반장에게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특감반장은 이를 박 전 비서관에게 보고했고, 박 전 비서관은 조 전 장관과 백 전 비서관에게 “유 전 부시장이 참여정부 당시 고생을 많이 했으니 봐달라. 유 전 부시장이 현재 금융 쪽 핵심 요직에 있고 현 정부와 친분이 두터운데 정권 초기에 이 같은 비위 사실이 알려지면 안된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조 전 장관이 박 전 비서관에게 “유재수가 사표 낸다고 하니 감찰 없었던 것처럼 정리하라”고 지시하고, 박 전 비서관은 이 전 특감반장을 거쳐 특감반 관계자에게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는 주장이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오전 검찰의 공소요지 진술과 함께 각 피고인들의 공소사실 인정여부를 확인하고, 오후 2시부터 이 전 특감반장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