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브랜드 스토리]160년 전통 유기농 브랜드 '닥터 브로너스'

by문정원 기자
2018.02.09 12:17:48

5대째 이어온 ‘공존의 철학’ 바탕으로 사회적 책임 이행 앞장

[이데일리 뷰티in 문정원 기자]최근 화장품의 성분과 품질은 물론 브랜드 평판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꼼꼼히 챙기는 이른바 '스마트컨슈머'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뷰티인에서는 소비자들이 궁금해 할만한, 또한 알고 쓰면 더욱 재밌을법한 국내외 주요 화장품 브랜드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그 여섯번째 이야기는 160년 전통의 유기농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닥터 브로너스'다

닥터 브로너스는 올해로 160년, 5대째 전통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 유기농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사람과 동물, 지구 환경 모두에 유익한 제품을 만들며 상업적인 광고 없이도 18년 동안 미국 유기농 바디케어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우리 모두는 인종과 종교를 떠나 서로 사랑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공존의 철학 ‘올-원(ALL-ONE)’. 닥터 브로너스는 이 철학을 바탕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닥터 브로너스의 건강한 유기농 제품들.

No.1 몸과 마음을 씻어주는 비누 ‘퓨어 캐스틸 솝’의 시작

닥터 브로너스는 1858년부터 시작된 독일 하일브론(Heilbronn) 지방 비누 장인 가문의 후계자였던 엠마뉴엘 브로너(Emanuel Bronner)가 194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 설립한 브랜드다. ‘최고 품질의 안전한 비누를 만들되, 자연을 해치지 않는다’는 그의 확고한 신념은 지금껏 이어온 친환경 경영 철학의 뿌리가 됐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자신의 부모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학살당하는 현실을 목격한 엠마뉴엘 브로너의 마음 속에는 평화와 공존에 대한 신념이 강하게 자리잡았다. 이후 그는 미국 전역에서 강연을 하며 ‘인종과 종교를 떠나 모두가 사랑하고 존중하며, 우리가 몸담고 있는 환경 또한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파해 나갔다.

그는 강연을 들으러 온 사람들에게 ‘몸과 마음을 씻으라’는 의미로 비누 하나씩을 나누어 줬다. 장인의 비법으로 만들어진 비누는 금세 입소문이 났고, 얼마 뒤 강연장은 비누를 받아가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게 됐다. 강연의 본래 메시지가 훼손될 것을 우려했던 엠마뉴엘 브로너는 비누 포장지에 자신의 강연 내용과 철학을 빼곡하게 적어 나누어 줬고, 이는 지금껏 변치 않은 닥터 브로너스 제품 패키지 디자인의 시초가 됐다.

No.2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친환경∙유기농

닥터 브로너스의 모든 제품은 100% 자연 분해돼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으며 합성화학성분을 일절 배제,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농무부(USDA) 인증 유기농 원료를 사용한다. 원료를 재배하기 최소 3년 전부터 화학적 비료, 제초제, 살충제를 쓰지 않은 토양에서 재배된 원료만이 미국 농무부의 유기농 인증을 받을 수 있으며 재배 시설 및 해충, 질병 관리에 대한 검사도 수시로 이루어진다.

제품을 담는 용기는 어떨까? ‘퓨어 캐스틸 솝’ 등 리퀴드 타입 제품의 용기에는 일반 플라스틱보다 비싼 100%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며, 고체 비누인 ‘퓨어 캐스틸 바 솝’은 친환경 잉크를 사용한 종이로 간소하게 포장된다.

이토록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면서도 오랜 시간 친환경 철학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그들의 노력이 단순히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에서 나아가 후대에 물려줄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일임을 믿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자조작원료) 식품 표시 의무화를 주장하며 이러한 캠페인을 후원하는 것 역시 친환경 철학의 일부다. 닥터 브로너스는 GMO의 잠재적 위험성이 사람과 지구환경, 생태계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우려하며 나와 내 가족이 먹는 음식에 GMO가 포함되었는지를 알 권리, 그리고 그것을 선택적으로 먹지 않을 권리의 보장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왼쪽)닥터 브로너스의 창립자인 3대손 엠마뉴엘 브로너. 가업의 발전을 위해 비누제조 마스터 자격증과 화학 학위를 취득한 그는 미국으로 이주해 화장품 회사들의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닥터(Dr.)라고 불리기 시작했다.(오른쪽)1948년 닥터 브로너스 ‘퓨어 캐스틸 솝’ 최초의 라벨.

No.3 공정무역으로 지역사회에 든든한 울타리가 되다

제품의 주원료인 팜 오일의 수급 과정에서 중간업자만 이득을 보고, 생산지의 농부들은 배를 굶는 기형적인 구조를 목격한 닥터 브로너스는 2005년부터 원료를 재배하는 농장과 공장에 정당한 임금과 노동환경을 제공하는 공정무역을 시작했다.

닥터 브로너스는 인도, 스리랑카, 가나 등 세계 각지에 ‘세렌디월드’라는 공정무역 자매회사를 설립하고 팜 오일, 코코넛 오일 등의 주원료를 수급하고 있다. 더 많은 팜 나무를 심어 더 많은 팜 오일을 얻고자 새로운 땅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열대 우림에 불을 지르는 것은 흔한 방식이지만 이는 생태계를 심각하게 파괴한다. 닥터 브로너스는 이 방식 대신 가나의 척박한 땅에 직접 팜 나무를 심었고, 토착민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방식 대신 수십 년간 팜을 재배해온 소규모 농가들과 공정한 구조의 계약을 맺었다.

닥터 브로너스 베스트셀러이자 시그니처 제품인 멀티 클렌저 ‘퓨어 캐스틸 솝’, 미국 농무부(USDA)인증 유기농 마크. 

‘세렌디월드’의 생산자에게는 원 생산가에 공정무역 프리미엄 10%, 유기농 재배에 대한 추가 프리미엄 10%, 여기에 지역사회 발전 기금 10%를 더해 최저임금에 훨씬 웃도는 정당한 임금을 지불한다. 또한 건강보험, 퇴직연금, 출산휴가와 같은 근로 복지를 제공함으로써 그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도우며 해당 지역에 병원, 학교를 건립하는 등의 후원 또한 아끼지 않는다. 닥터 브로너스의 공정무역은 노동에 대한 대가 차원의 임금 지불을 넘어 고유의 지역사회를 존중하고, 그 속에서 지역 주민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있는 것이다.

 (왼쪽)닥터 브로너스는 GMO 표시제를 촉구하는 오리건 주 92법안 지지 캠페인 ‘YES on 92’에 동참했다.(오른쪽)9백만 달러라는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며 미국 전역에 유통되고 있는 퓨어 캐스틸 솝 라벨.  

No.4 모든 동물이 존중 받는 세상을 꿈꾸며! 동물의 편에 서다

닥터 브로너스는 전 제품에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사육 동물의 복지와 멸종위기동물 보호를 위한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2014년 이후로 공장식 사육 농장 반대와 지속 가능한 식품 체계를 위해 노력하는 여러 나라의 동물 보호 단체에 백만 달러가 넘는 금액을 기부해 왔으며, 문제 인식의 확산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닥터 브로너스 코리아는 동물보호단체 카라(KARA), 오보이와 함께 동물복지 캠페인을 발족, 공장식 축산 반대와 채식주의, 해양 생태계 보호 등의 굵직한 활동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 7월에는 봉준호 감독과 함께한 영화 <옥자> 특별상영회에 자사 멀티 클렌저 ‘퓨어 캐스틸 솝’을 후원하며 ‘감금틀 추방 10만인 서명운동’을 지지했으며, 닥터 브로너스 미국 본사에서는 멸종위기종인 발트해의 쥐돌고래 보호를 위한 국제 해양 야생 동물 보호 단체 ‘씨 셰퍼드(Sea Shepherd)’의 캠페인에 선박 비용 전액을 기꺼이 기부하기도 했다.

 (왼쪽)닥터 브로너스는 정직한 공정무역을 통해 원료 산지 농부들의 삶을 지지하고 있다.(오른쪽)공정무역을 통해 정당한 임금과 노동 조건을 제공하며 수급한 원료의 원산지를 표시한 지도.

No.5 옳은 일을 위해 끝나지 않을 투쟁

닥터 브로너스는 사람과 환경에 해가 되지 않는 최상의 제품을 생산하고, 수익의 기부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함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했던 창립자 엠마뉴엘 브로너의 뜻을 이어오고 있다.

평화와 공존을 설파하는 엠마뉴엘 브로너의 독특한 철학이 당시 미국의 히피들과 환경론자들의 지지를 불러일으켰고, 오랜 시간 뚝심 있게 걸어온 길을 따라 쌓인 신뢰가 이제는 전 세계 사람들의 공감과 사랑을 이끌어내고 있다. 공존의 철학 ‘올-원(ALL-ONE)’ 아래 정직한 제품을 만들고, 옳은 일을 위한 투쟁에 주저 없이 앞장서는 닥터 브로너스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어딘가, 어느 누군가의 삶에 작지만 커다란 변화를 선물하고 있다.

 (왼쪽)닥터 브로너스 동물복지 캠페인 ‘Stand Up for Animals’ 로고.(오른쪽)쥐돌고래 보호 활동에 사용되는 ‘엠마뉴엘 브로너(EMANUEL BRONNER) 호’에 오른 선원들의 모습. 

■닥터 브로너스 160년의 역사

- 18581대 엠마뉴엘 하일브로너(Emmanuel Heilbronner)가 독일 최초의 비누 메이커 자격증을 취득하고 자신의 집을 개조해 비누공장 설립

-1880~1890’s독일 최초의 리퀴드 타입 비누 개발

-19483대 닥터 브로너(Dr. Bronner)의 ‘Dr. Bronner’s Magic Soap’ 설립, ‘페퍼민트 퓨어 캐스틸 솝’ 출시

-1950’s평화와 공존을 주제로 미국 전역을 돌며 강연

-1960~1970’s철학을 담은 비누이자 문화적 아이콘으로 입소문을 타며 아무런 광고 없이 미국 전역에서 판매되기 시작

-19973대 닥터 브로너(Dr. Bronner) 파킨슨 병으로 타계

-20035대 데이비드 브로너(David Bronner)가 오레곤틸스 및 미국 농무부(USDA) 유기농 인증 획득

-2007스위스 공정무역 인증 기관인 IMO와 협력해 공정무역 동참

-2011유럽 국가를 총괄하는 독일 지사 설립

-2012~GMO라벨 표시 의무화 운동

-2017닥터 브로너스 코리아 동물복지 캠페인 발족

-2018창립 160주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