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SKT-CJ헬로 '합병 금지'.."경쟁제한 크다"

by박종오 기자
2016.07.18 12:00:00

△기업 결합 구조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정재찬)가 SK텔레콤(017670)의 CJ헬로비전(037560) 주식 인수 및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 건을 심사한 결과, 주식 취득과 합병 모두 금지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 결합이 유료 방송시장과 이동통신 도·소매 시장 등 방송·통신시장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금지 배경을 설명했다.

SK(034730), CJ(001040) 등 두 기업 집단은 앞서 지난해 11월 2일 SK텔레콤이 CJ오쇼핑(035760)이 보유한 CJ헬로비전 주식 30%를 취득하고, CJ헬로비전이 SK텔레콤의 100%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를 합병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1일 공정위에 기업 결합을 신고했다.

공정위는 인가 신청 217일 만인 이달 4일 합병 심사 보고서를 업체 측에 발송했다. 지난 15일에는 전원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최종안을 확정했다.

△수평·수직형 결합 사례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이번 기업 결합은 기존 방송·통신 분야 사례와 달리 수평·수직형 기업 결합이 혼재돼 여러 경로를 통해 복합적으로 경쟁 제한(독과점)이 발생한다”며 “수신료 등 명목 요금 제한 같은 행태적 조치나 일부 자산 매각만으로는 근본적 치유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공정위가 든 수평 결합의 대표 영역은 유료 방송 시장이다. 23개 지역 유료 방송 시장 대부분에서 50% 내외 점유율을 보유한 케이블TV 플랫폼 사업자인 CJ헬로비전과 케이블TV와 경쟁 구도에 있는 유력 IPTV 플랫폼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가 결합하면 지역 시장의 경쟁 압력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현재 CJ헬로비전은 사업을 영위하는 23개 방송 구역 중 17개 지역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번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으로 1위 구역이 21개로 4개 늘고, 합병 회사와 2위 사업자 간 점유율 격차는 최대 58.8%포인트까지 벌어질 것으로 공정위는 분석했다. 서울 양천구 등 16개 구역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기업 결합’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 제7조 제4항 제1호는 △시장 점유율 합계 50% 이상 △시장 점유율 합계 1위 △2위 사업자와 점유율 격차가 1위 사업자 점유율의 25% 이상 등을 기준으로 경쟁 제한성을 판단한다. 공정위는 자체 분석 결과, 합병 회사가 출범하면 케이블TV 요금을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동통신 도·소매 시장에서는 수직·수평 결합이 이뤄진다. 공정위는 “SK텔레콤이 알뜰폰(MVNO)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이동통신 소매시장에서 경쟁 압력이 크게 줄 수 있다”며 “경쟁 도매 사업자인 KT(030200)와 LG유플러스(032640)의 판매선이 봉쇄될 우려도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이동통신 도매 시장의 SK텔레콤 점유율은 45.6%(KT 46.7%, LG유플러스 7.7%)다. 하부 시장인 알뜰폰 시장은 CJ헬로비전과 SK(034730)텔링크가 각각 14.24%, 14.21%를 점유하고 있다. 두 시장을 합치면 이동통신 도매 시장 55.3%(도매 대가 기준)를 봉쇄하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제7조(기업 결합의 제한) 제1항, 제16조(시정조치 등) 제1항을 근거로 주식 취득 및 합병 금지를 결정했다. 기업 결합 자체를 허락하지 않는 고강도 시정 조처를 한 것이다.

공정위는 “경쟁 제한 우려가 있는 방송 권역과 CJ헬로비전의 알뜰폰 사업 부문을 매각하도록 조치할 수 있지만, 이 경우 합병 시너지 효과가 떨어지고 적정 매수자를 찾기도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 결합 금지 조치로 유료 방송시장 및 이동통신 도·소매 시장의 경쟁 제한 폐해와 독과점 구조 고착화를 방지해 소비자 피해를 예방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