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태선 기자
2015.12.21 11:00:00
구글, 아마존 등 IT 기업의 플랫폼 전략을 제조업에 도입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미국 제조 기업이 그간 글로벌 IT 기업들의 전유물이던 플랫폼을 제조업에 도입해 시장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이라고 평가받는 기업들은 플랫폼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스마트 홈 분야의 선두 기업인 네스트는 자사 제품인 학습형 스마트 온도조절기를 중심으로 약 50개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연결해 상품 플랫폼을 구축했다. 네스트는 한 해 3억 달러 이상의 매출액을 올렸고, 그 성장성과 확장성에 주목한 구글이 작년 32억 달러(약 3조 8000억원)로 인수했다.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는 구글이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공개한 것처럼 핵심 특허를 공개했다. 후발 기업이 테슬라의 기술로 전기차를 개발한다면 결국 시장에서는 테슬라의 기술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란 계산이다.
글로벌 제조기업 GE는 외부의 아이디어를 모집해 이를 실제 상품화하는 비즈니스 플랫폼 ‘퍼스트 빌드(First Build)’를 설립했다. 쿼키를 비롯해 그간 외부 아이디어를 상품화하는 플랫폼이 있었지만, 이들 기업은 대부분 웹 기반 IT스타트업이다. GE의 플랫폼 구축은 대형 제조업체로서는 최초의 사례다. GE는 이 플랫폼을 통해 느린 의사결정, 혁신 아이디어의 사장과 같은 대기업의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
플랫폼 전략이 제조 기업의 새로운 경쟁전략으로 대두하는 배경으로는 △소비자 수요 다양화 △제품의 교체주기 축소 △산업간 융합증대 △제품간 차별성 약화 등 경영환경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변화한 환경에서는 단일 기업이 만들어 내는 개별 제품만으로는 소비자가 원하는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 하지만 플랫폼을 활용하면 서로 다른 공급자가 연결돼 각자가 생산하는 상품이나 경험을 소비자에게 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국내 제조 기업도 자사의 경쟁요소나 경영환경을 분석하고 적합한 플랫폼을 발굴하고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개발한 제품이라도 범용 IT기술을 접목(smart device)하면 새로운 기능과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네스트는 자동 온도조절기라는 평범한 제품에 각종 IT기술(wifi, touch sensor, cloud)을 도입해 스마트 홈 분야의 플랫폼 기업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김정덕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미국 기업에게서 나타나는 새로운 플랫폼 전략은 기존에 제조업에서 논의되던 파생상품 개발 플랫폼과는 달리 일종의 기업 생태계 구성에 주안점이 있다”며 “제조 플랫폼 전략을 도입할 경우 지속적인 가치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사후 서비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