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꿈이 있었으면.."
by좌동욱 기자
2008.02.01 18:19:19
(edaily인터뷰)초대 대통령실장 유우익 교수
"정무에 영 바보는 아니다"
"한반도대운하, 정책조정 역할 맡을 것"
[이데일리 좌동욱기자]1일 새 정부의 대통령실장으로 내정된 유우익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사이다.
이날 '청와대 2인자'인 대통령실장으로 선임되고도, 이 당선자로부터 직접 통보받지 않았을 정도다. 유 대통령실장 내정자는 "오늘 주호영 대변인이 나를 발표한다고 해서 그런가보다 그랬다"며 "인선 발표 후 당선자를 예방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이날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청와대가 꿈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꿈을 가진 사람들이 대통령과 함께 국사를 의논하는 곳이 됐으면 한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정치인이 늘상 내뱉는 '꿈', '희망'과는 어감이 다르다.
실제 대선 승리의 최대 공신이었던 유 교수는 대선이 끝난 후 교단에 다시 설 계획이었다. 돌아갈 곳도 있다. 그는 우리나라 지리학계의 수장이자 세계지리학연합회(IGU) 사무총장이다.
한 측근은 "세계 어느나라를 가더라도, 귀빈으로 대우받을 수 있는 자격"이라며 "유 교수는 영어, 프랑스어, 독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유 교수는 "넓은 세상에서 훌륭한 인재를 구해 써야 한다"고 공직을 고사한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한달여간 마음이 변한 걸까.
"실제로 대학으로 돌아가고 싶었고, 그렇게 준비했다. 그런데 이런 저런 일이 맡겨졌고 그 일을 해 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 실장이라는 중임이 막상 주어졌고, 계속해서 막무가내로 거절하는 것은 국가, 대통령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대학으로 돌아가는 것을 미뤘다."
유 교수는 이 당선자가 서울 시장 재직 시절부터 각종 연설문 작성을 도맡아왔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수락연설, 대통령 당선 기자회견, 신년사도 그의 작품.
새 정부 인선 검증 작업을 총괄하고 있는 박영준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총괄팀장은 "당선자의 의중을 가장 잘 꿰뚫고 있는 사람"이라고 그를 평가한다.
그러나 유 내정자는 이날 "앞으로 말을 많이 안하겠다"는 말을 여러차례 반복했다.
그는 "(말은) 주로 대통령과 대변인이 하시게 될 것"이라며 "오늘 두번씩이나 말을 하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유 내정자는 이날 두번 기자회견을 가졌다.
오전 대통령실장을 공식 발표한 후 단 한개의 질문만 받고 자리를 피하자, 최소한의 질문은 해야 한다는 기자들의 원성(?)으로 이날 오후 다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경호처장(이날 유 교수와 함께 내정된 김인종 전 2군사령관)은 할 말이 없다고 (기자회견장에) 오시지 않았다.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업무에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국정을 잘 수행하도록 보좌하는 곳"이라며 "조용하고 치밀하게 절제된 모습으로 대통령을 모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대 대통령실장의 첫 기자회견이 마지막 기자 회견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했다.
그런 유 내정자도 한반도 대운하 이야기가 나오자, 말이 길어졌다. 전공인 탓이다. 유 내정자는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 '나들섬 남북 공동개발', '한반도 선벨트 개발' 등 이 당선자의 핵심 공약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
유 내정자는 "대운하는 환경을 최소로 파괴하는, 때로는 환경을 살리는 사업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점에 대해서는 "기자들과 밤새도록 토론할 수 있다"고까지 자신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실장은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는 주무 부서가 아니다"며 "그럼에도 정책 조정에 어떤 부분을 감당해야 한다면 환경친화적, 경제적, 안정적 운하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을 도와나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새 정부가 발표할 청와대 수석 인사와 조각은 그의 첫 작품이 될 전망이다.
유 내정자는 "인선 작업에 상의를 드리거나 질문에 응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당선자가 처음부터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뽑으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인선이 자꾸 늦춰지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는 인선보다는 시간을 두고 충분히 검토해 일을 잘하고, 믿을 수 있는 일꾼을 뽑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이 점은 당선자와 저의 생각이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유 내정자는 언제쯤 인선 결과가 나오냐고 재차 질문하자"다 되면 내놓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정무에 약할 것이라는 평가를 의식한 듯 "정무에 멍청한 대통령실장이라는 얘기는 애로가 있으면 좀 봐줄 수 있으니 나한테는 고마운 말"이라면서 "그래도 정무에 영 바보는 아니다"고 할말은 전했다.
유 내정자는 지난 89년부터 98년까지 10년간 대통령 자문 21세기위원회와 대통령 정책자문위에서 위원과 간사위원을 지낸 바 있다.
▲ 상주(50년생)
▲ 상주고
▲ 서울대 지리학과
▲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위원, 세계지리학대회조직위원회 사무총장
▲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세계지리학연합회(IGU)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