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이 돌아섰다" - "비정상적 상황"

by오마이뉴스 기자
2005.11.07 21:43:06

한나라당 지지도 40%대, 어떻게 봐야 하나

[오마이뉴스 제공] 한나라당의 정당 지지도가 35%를 가뿐히 넘어 40%까지 돌파하는 고공비행을 계속하고 있다. <동아일보>와 코리아리서치센터(KRC)의 5일 조사에서 41.6%로 정당 지지도 1위를 차지했다. 또 절대약세지역인 호남에서도 열린우리당의 31.4%, 민주당 22.5%에 이어 12.2%로 3위를 기록했다.

앞서 한국사회여론연구소-TNS의 31일 조사에서도 37.4%를 얻었고,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과 리얼미터의 27일 조사에서도 41.2%로 당지지도 1위를 기록했다.

10·26재선거 승리에 이어 이같은 여론 조사결과가 이어지면서 한나라당은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과 함께 당 전체가 고무된 표정이다. 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외부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김무성 사무총장은 최근의 당지지도 상승의 큰 배경을 한나라당의 '일관된 서민위주 정책'이 통한 것으로 분석했다. 김 총장은 "좋은 일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지지도를 받을 정도로 우리가 뭐한 게 있나 하는 불안감도 있다"면서도 "열린우리당에 비해 흔들림 없이 당이 운영됐고, 서민을 위한 정책을 일관되게 펴온 진정성이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부천과 울산 재선거를 보면 서민표가 우리에게 온 것이 도움이 됐다"며 "잘 나갈 때 조심해야 하는데, 안정적인 지지도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나경원 공보부대표도 "서민들이 우리 쪽으로 돌아섰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더 잘해야 한다는 것이 당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맹형규·홍준표 의원은 이같은 이유와 함께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시장 등 강력한 대권주자들의 각축을 중요한 배경으로 분석했다.

맹형규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지나친 실정과, 실정을 바로잡을 가능성이 없다는 절망의 표현"이라면서 "대선에서 당선가능성이 높은, 좋은 후보들이 많이 있는 것에 대한 기대감도 중요한 이유"라고 꼽았다. 홍준표 의원도 "과거와 달리 반사 효과만은 아니다, 박 대표와 이 시장의 지지지도를 더하면 대략 현재 당지지도와 맞아떨어진다"며 "이회창 총재 혼자 뛸 때는 33% 정도였는데, 두 후보가 지금처럼 선의의 경쟁을 계속하면 다음 대선은 우리가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장파로 당 전략기획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은 "민주노동당이 10%안팎의 지지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이런 지지도가 나온 것은 여당 지지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부동층의 일부를 묶어낸 결과"라며 "정체성 논란이 벌어졌을 때 과거처럼 수구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으면서도 짚을 것은 짚어내는 모습을 보인 것도 상당히 작용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내 소장파 그룹인 수요모임 대표 박형준 의원도 "아직은 반사이익이 큰 것 같고 강한 지지층의 결집으로 보기는 힘들다"면서도 "다른 조사에서도 35%가 넘게 나오기 때문에 의미있고 긍정적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이 추세가 유지될 것"이라며 "현재의 지지도를 다져나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부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지난 8월 31일 한나라당 의원연찬회 때 특강을 했던 정치컨설팅사 MIN의 박성민 대표는 "한나라당 기본지지도 30%를 넘어 최근 늘어난 7%와 11%는 대선 때 어차피 한나라당을 찍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며 "노 대통령에게 화난 사람들이 '홧김에 서방질'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선거는 싫어하는 쪽의 반대편을 찍는 것"이라는 박 대표는 "현재 지지도 추이는 노 정권과 열린우리당의 노선과 태도에 대한 반발이기 때문에, 이거 고치겠다고 선언하면 돌아갈 표들"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세 아들 문제로 한참 위기에 빠져있던 2002년 5월과 6월에도 한나라당 지지도가 39%, 46% 나왔었지만 불과 6개월 뒤 대선에서는 패배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조사 결과 한나라당이 호남에서 12% 지지도를 얻은 것에 대해서도 "김대중 정부 때 옷로비 사건에 화난 호남지역에서 한나라당 찍겠다고 했지만 결국 한나라당으로 가지 않았다"며 "현 정권의 DJ에 대한 공격 때문에 지지도가 그렇게 나온 것이지, 이들이 대선 때 한나라당을 찍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대구에서 이강철 후보가 44%를 얻었고, 민주노동당이 (민노당에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도) 울산에서 45.5% 지지를 얻은 것이 한나라당에는 좋지 않은 징후"라고 덧붙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정창교 수석전문위원도 "노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의 의미는 크게 없다"며 "DJ가 대통령 된 직후인 98년에 국민회의 지지율이 40%를 넘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의 10월 11일 조사에서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지역의 지지도가 각각 43.4%와 27.4%였으나 같은 달 31일 조사에서는 56.9%와 52.0%로 급상승했다"며 "최근에 한나라당 지지도가 40%를 넘어선 것은 10·26재선거 승리와 이명박-박근혜 각축 구도로 대선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된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지역의 지지도 상승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황방열(hby)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