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공동락 기자
2003.07.09 16:33:22
회복과 정체가 뒤엉킨 높은 변동성 예상
[edaily 공동락기자] 정보기술(IT)산업이 침체의 늪을 벗어나 차츰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IT전문 미디어인 ebn은 IT경기가 지난 3년간의 부진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아직은 속단할 상황은 아니며 상승과 정체를 거듭하는 높은 변동성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IT산업에서 현재 거론되는 기업들은 한마디로 한겨울의 혹한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라고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생존자들에게 주문량은 늘어나고 실적도 차츰 개선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니드햄의 애널리스트인 댄 스코벨은 "이제 안도의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며 "좋은 소식은 더 이상 악화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고 나쁜 소식이라고 해도 확실한 회복세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는 정도에 불과하다"라고 밝혔다.
여전히 IT산업의 회복 속도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여러 불확실성 속에서도 업체들은 회복의 징후를 확인해 나가고 있다. 이는 가장 선호되는 지표인 출하량이 일부 텔레콤 업종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업종에서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로 입증된다.
이코노미닷컴의 이코노미스트인 제임스 글렌은 "IT기업들이 여러 분기에 걸쳐 실적이 꾸준하게 개선되고 있다"며 "제품 주문과 서비스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Y2K 문제로 증강된 장비들이 이제 교체 타이밍을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 관계자들은 지난 2000년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던 `IT 붐`이 이제는 업종이나 기업에 따라 차별적으로 이뤄질 것이며 올해 하반기가 `옥석가리기`과 `성장의 동력`을 확인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그 전환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상승과 정체는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반도체..엇갈린 전망속 회복 쪽에 무게
반도체는 IT산업의 부침을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이라는 점에서 가장 관심의 대상이다. 그러나 중심 지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예상은 항상 양분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반도체 산업이 하반기 부터는 부진의 늪을 벗어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시장의 분위기가 완전히 회복으로 돌아서지는 못한 만큼 지나친 낙관론은 피해야 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컸다.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보다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아직 회복을 논하기에는 확실한 징후가 발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가트너의 애널리스트인 톰 스탄스는 "어디서에서도 확보한 자금사정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9% 정도의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는데 지난해 시장이 거의 정체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여전히 확고한 성장세라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조사기관인 IC인사이트의 애널리스트인 빌 맥클린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반도체 산업이 15% 정도의 성장이 가능하며 내년에는 20%대를 상회하는 고성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맥클린은 "지난 1999년과 현재를 비교할 경우 유사점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당시에도 상반기에는 그 성장세가 주춤했으나 하반기에 급상승하는 저력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전자부품..`머나먼 회복의 길`
전자부품 시장은 다른 업종과 비교해 IT산업의 침체에 직격탄을 맞았던 부문이다. 그러나 하반기에도 구체적인 회복의 가능성을 속단하기 어렵고 내년에도 뚜렷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자부품 업종이 이제 최악의 상황에서는 평가하고 있지만 이 같은 분위기가 곧바로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전망했다.
파워원의 CEO인 스티브 골드먼은 "하반기 급속한 회복은 예상하지 않는다"며 "여러 여건들이 바닥을 지나고 있고 상황도 개선될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수요가 늘어날 때까지 구체적인 수요가 확인될 때까지 지출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완성품 업체..상반기만큼 힘든 하반기
완성품 업체들은 다른 업종과 비교할 경우 상대적으로 상반기에도 회복의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하반기에도 이렇다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완성품 업체들은 생산 라인에서는 최종적인 단계에 있지만 소비자들의 최종소비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막강한 대형 OEM업체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중간자`역할을 담당한다.
매뉴팩처서비스의 회장인 밥 브래드쇼는 "하반기에도 확실한 회복의 촉매제가 부족하다"며 "완성품 업체들에게는 여전히 적지 않은 부담이 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어스턴스증권의 애널리스트인 토마스 홉킨스는 "기업들의 IT지출이 여전히 정체됐다"며 "하반기 개학과 크리스마스 시즌에 기대를 걸어본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상반기 이라크 전쟁과 사스의 여파로 인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상반기보다는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OEM 업체..가격 회복이 급선무
OEM 업체들은 IT산업의 현 상황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주문량이나 출하량은 차츰 늘어나고 있지만 가격이 부진한 만큼 아직은 "절반의 회복"이라는 어휘가 가장 적합한 표현일 것이다.
캐논스위치프로덕트의 마케팅 부대표인 다렐 윌크는 "고객들이 계속해서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가격 하락으로 실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OEM 업체들은 올해 하반기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진행중인 가격 협상에서 확고한 위치를 선점하지 못해 구체적인 실적의 회복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평가다.
UBS워버그의 애널리스트인 패트릭 파는 "가격이 당분간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며 "아시아 업체들의 유휴 설비와 중국내 공급 물량을 감안할 경우 회복에는 상당한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