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민사배상 받는다…업체 책임 인정(상보)

by성주원 기자
2023.11.09 10:19:35

피해자가 제조·판매사 상대 손배청구소송
1심 기각→2심 500만원 배상…대법 원심 확정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업체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9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김모씨가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와 한빛화학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지난 8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LG 광화문 빌딩 앞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연 ‘가습기 살균제 참사 12주기 책임촉구 자전거 캠페인’에서 참가자들이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심은 김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2심 재판부는 업체가 김씨에게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가습기 살균제 제품 설계 및 표시에 결함이 있었고 그로 인해 김씨가 신체 손상을 입었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제조물책임에서의 인과관계 추정, 비특이성 질환의 인과관계 증명, 위자료 산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원심 판결을 수긍하고 원고와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가습기살균제 사용자가 그 제조·판매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민사소송 중 첫 상고심 사건 판결이다.



김씨는 2007년11월부터 2011년4월까지 옥시와 한빛화학이 제조·판매한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삭 뉴(new) 가습기당번’을 사용했다. 2010년 5월엔 폐질환 진단을 받았고, 2013년 5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원인 불명의 간질성 폐질환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2014년 3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질환 가능성이 작다’는 이유로 폐손상 3단계 판정을 받았다.

3단계 피해자는 1·2단계와 달리 정부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김씨는 2015년 소를 제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원고가 ‘가능성 낮음’(3단계) 판정을 받은 질병관리본부 조사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말단기관지 부위 중심 폐질환 가능성을 판정한 것일 뿐이고, 손해배상소송에서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그로 인한 질환의 발생ㆍ악화에 관한 인과관계 유무 판단은 가습기살균제 사용자의 구체적인 증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전제로 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