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가스公 ‘40조원+α’ 추가 자구안 발표…전기·가스료 인상 수순(종합)
by김형욱 기자
2023.05.12 12:59:29
당정 요구대로 추가안 마련…한전 사장도 사의표명
한달여 미룬 2분기 요금조정 결정 15일께 이뤄질듯
2차관에 한전 사장도 교체…조직개편 신호탄 해석도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한국전력(015760)공사(한전)와 한국가스공사(036460)가 12일 5년에 걸쳐 40조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추가 자구안을 발표했다. 올초 34조원 규모로 수립했던 기존 자구안에서 6조원 이상의 추가 비용 절감 계획을 추가했다. 임직원 급여·성과급도 반납한다. 특히 정승일 한전 사장은 국민의힘(여당)의 사퇴 압력 속에 임기 1년을 남겨둔 가운데 사의를 표명했다.
한전·가스공사가 정부·여당(당정)의 요구대로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발표한 만큼 당정이 40여일째 보류했던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도 곧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업계는 당장 오는 15일 이를 확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12일 오전 나주 본사에서 추가 자구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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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과 가스공사는 이날 총 40조원 플라스 알파(+α) 규모의 비용 절감 계획을 담은 추가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12일 나주 본사에서 전력그룹사를 포함해 5년(2022~2026년)에 걸쳐 25조원+α 규모의 경비를 절감한다는 내용의 추가 자구안을 발표했다. 올초 20조1000억원에서 5조원 가량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 자구계획이다.
한전은 글로벌 에너지 위기 여파로 2021년 5조8000억원의 역대 최대 적자를 낸 데 이어 지난해 32조6000억원의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약 5조원의 적자가 추가된 것으로 추산된다. 한전은 정부의 승인 아래 지난 한해 전기요금을 약 30% 가량 올렸으나 석탄·가스 등 주요 발전연료가 평년의 몇 배씩 급등한 탓에 역대급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한전은 추가 자구안을 통해 전력설비 건설 시기와 규모를 추가로 조정하고 업무추진비 등 경상경비도 더 줄이기로 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의 협의를 통해 전력공급 예비력 기준을 하향 조정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변전소가 있어 기존 매각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던 서울 여의도 남서울본부 매각 계획도 새로이 담았다. 매각이 여의치 않은 한전아트센터 등 다른 사업장도 임대 등을 통해 수익을 확보키로 했다.
직원 급여·성과급도 반납한다. 2만여 직원중 4분의 1에 이르는 3급(차장급) 이상 직원은 직급에 따라 올해 임금인상분과 경영평가 성과급을 전액 혹은 절반 반납한다. 노조에 속한 4직급 이하 전 직원의 급여 반납도 노사 협의를 통해 추진키로 했다.
특히 정승일 한전 사장은 이날 추가 자구계획 발표 직후 사의를 표명했다. 여당이 지난달 말부터 강력하게 요구해 온 부분이다. 전 정부에서 임명한 인사인 만큼 현 한전 적자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요구였다. 정 사장도 법적 임기는 아직 1년 남았으나 현 난맥상을 풀어내기 위해 결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12일 대구 본사에서 열린 비상결의대회에서 5년 15조4000억원의 비용 절감 목표를 담은 추가 자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가스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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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혜 가스공사 사장도 같은 날 대구 본사에서 비상결의대회를 열고 기존 14조원 규모 자구계획에서 1조4000억원 늘어난 15조4000억원 규모 추가 자구안을 발표했다. 2급(부장급) 이상 임직원의 올해 임금인상분 및 성과급을 전액 혹은 50% 반납기로 했다.
가스공사 역시 천정부지로 치솟은 천연가스 국제 시세 탓에 올 1분기까지 전국 도시가스 공급기업으로부터 받지 못한 누적 미수금이 3월 말 기준 11조6000억원까지 쌓였다. 국제유가가 급등했던 2012년의 미수금 5조원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국내 도시가스 공급요금도 지난해 40% 가량 올렸으나 국제 천연가스 시세 급등 부담을 메우기는 역부족이었다.
최연혜 사장은 “가스요금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에게 부담을 드려 송구하다”며 “앞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이행해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는 공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과 가스공사가 당정의 요구대로 추가 자구안을 내놓은 만큼 40여일 간 미뤄졌던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도 곧 이뤄질 전망이다. 2분기 전기·가스요금은 원래 3월 말 확정해 4월부터 적용해야 했으나 여당이 당정 협의회를 열어 결정을 보류한 바 있다.
여당은 이후 요금 인상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한전·가스공사의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한전 사장의 사퇴를 포함한 추가 자구안을 요구해 왔다.
당정 관계자와 업계에 따르면 당정은 이미 1킬로와트시(㎾h)당 약 7원의 인상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1분기 한전의 전기 평균 판매단가가 146.5원/㎾h이란 걸 고려하면 인상률 약 4.8%다. 또 4인 가구 월평균 전기 사용량이 307㎾h란 걸 고려하면 월 요금이 4만5000원에서 4만7100원으로 2100원 늘어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제철 등 전기 다소비 기업의 부담도 기존 연 1조원에서 500억원 전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가운데)이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요금 관련 산업계 민·당·정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오른쪽은 10일 교체가 확정된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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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요금도 상향 조정할 전망이다. 정부는 원래 올 1분기에도 가스요금을 인상하려 했으나 겨울철 난방비 부담이 커질 우려에 이를 2분기로 미뤄뒀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올 1분기에만 3조원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미수금이 3조원 늘어나면 가스공사가 부담해야 할 연간 이자 부담도 1800억원(연리 6% 기준) 가량 늘어나게 된다.
한편 2분기 전기·가스요금을 둘러싼 당정 논의 과정에서 주무부처 주관인 박일준 산업부 제2차관이 교체된 데 이어 정승일 한전 사장도 사의를 표명하면서 정부조직 및 공공기관장 등의 연쇄 이동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통령실은 지난 10일 산업부 2차관에 강경성 대통령실 산업정책비서관을 임명한 바 있다. ‘과감한 인사조치’를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의 전날 국무회의 발언을 토대로 에너지 정책의 난맥상을 고려한 박일준 전 차관에 대한 경질성 인사가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정가에선 최근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 조직개편 얘기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