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공작 계정 제보' 오유 운영자 2심서 무죄

by한광범 기자
2018.01.18 11:28:31

法 "국정원·경찰 진실 은폐하자 공익목적으로 제보"

국가정보원 직원 김하영씨.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소속 김하영씨의 가입 정보를 언론사에 제보한 후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기소된 오늘의유머(이하 오유) 운영자에게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국정원의 범죄 행위를 밝히려 한 공익 목적이 인정된다는 이유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오성우)는 18일 정보통신망이용촉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유 운영자 이모씨에 대해 1심의 벌금 300만원 선고유예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닉네임 등을 기자에게 전달할 당시 국정원과 경찰은 오유를 종북사이트로 공격하고 중간수사결과 발표 등을 통해 진실을 은폐하고 있었다”며 “이씨가 언론사에 제보한 것은 정당행위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씨가 (처음엔) 경찰 수사를 협조하는 입장이었고 경찰이 실체적 진실을 밝혔으면 했지만 ‘행적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중간수사결과 발표 이후 언론에서 사실과 다른 보도가 이어지자 해당 자료를 기자에게 넘겨준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씨가 건넨 닉네임 등은 김씨가 국정원의 지시에 따라 조직적 범죄행위에 사용된 것일 뿐”이라며 “사생활 침해 역시 경미하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2013년 1월 말 국정원 요원 김씨의 계정·닉네임으로 작성된 글 91개와 찬반표시 글 244개를 모 일간지 기자에게 전달했다.

김씨는 2012년 12월 대선 직전까지 서울 역삼동 한 오피스텔에서 댓글 공작을 벌이다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에게 발각됐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대선 사흘 전인 12월16일 밤 11시에 ‘정치개입은 없었다’는 엉터리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고, 대선에선 당시 여당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꺾고 당선됐다.

경찰은 대선 이후 수사에 나섰지만 윗선을 밝히지 못한채 김씨 등 실무자 일부에 대해서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비로소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개입 등 조직적인 정치공작 실체를 일부 밝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