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쩍은' 미청구공사, 금감원 테마감리로 잡아낸다

by경계영 기자
2015.12.23 12:00:00

금감원, 4대 테마감리 발표…내년 6월 기업 선정
빅배스 기업은 심사감리 대상으로 우선 선정

자료=금융감독원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A 건설사는 5년 걸리는 100억원 규모의 공사 계약을 따냈다. A 건설사는 자체적으로 공사가 80% 진행됐다고 평가해 회계상 80억원 수익이 발생했다고 처리했다. 그러나 발주처가 공사감리에 따라 공사진행률을 50%로 인정, 공사금액 50억원을 지급한다면 차액인 30억원이 미청구공사로 처리된다.

금융감독원이 이같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미청구공사 금액을 중점적으로 뜯어본다. 금감원은 2016년 테마감리 회계이슈로 △미청구공사 적정성 △비금융자산 공정가치 평가 △영업 현금흐름 적정성 △유동·비유동 구분 적정성 등 네 가지를 선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개별 기업에 대해 감리를 진행한다고 23일 밝혔다.

미청구공사란 자산으로서 수익금액에서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회수한 금액을 차감한 금액으로 수익금액보다 청구·회수한 금액 부분이 큰 경우 차액은 초과청구공사의 계정과목으로 부채로 표시한다.



금감원은 미청구공사 금액이 바뀔 수 있는지, 매출액이나 수주금액 대비 미청구공사금액 규모가 어떤지 등을 감리할 계획이다. 최근 GS건설(006360) 등 건설사에 이어 삼성중공업(010140) 등 조선사까지 대규모 손실을 내면서 회계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수주 당시가 아닌 인도시 수주대금 과반을 받는 ‘헤비테일(Heavy tail)’ 형태의 계약도 늘어 미청구공사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박권추 금감원 회계심사국 부국장은 “배를 다 만들고 인수만 남겨뒀는데 막판에 발주처에서 인수하지 않겠다고 해 대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며 “발주처와 협의해 진행률 등을 적정하게 반영토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비금융자산을 공정하게 평가했는지도 감리 대상이다. 이를테면 원유를 배럴당 100달러에 샀더라도 현재 가치가 35달러로 떨어졌다면 회계상 가치에 35달러로 반영해야 하지만 이를 취득원가인 100달러 그대로 반영해 과대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철강, 의류, 정유·화학, 금속 등의 업종이 여기에 해당한다.

금감원은 현금흐름표상에 영업활동 투자활동 등으로 제대로 구분했는지, 유동 자산·부채와 비유동 자산·부채를 적정하게 분류했는지 등도 중점 테마감리 대상에 포함했다. 금감원은 증권선물위원회와 협의해 4개 부문별 기준에 따라 2015회계연도를 기준으로 6~10개 기업을 선정하고 내년 6월부터 테마감리에 들어간다.

다만 부실자산 등을 한꺼번에 대규모 손실로 떨어내는 빅배스(Big bath)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기업 손익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계정과 관련된 만큼 일부만 감리해서 잡아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 대신 전분기 대비 일정 금액 이상을 손실 낸 기업을 심사감리 대상으로 우선 선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금감원은 회계를 부정적으로 처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기업에 대해 회계감사인을 자율 지정토록 했다. 똑같은 감사인이 계속 감사한다면 공정하게 감사했더라도 회계 불신을 잠재우기엔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은 내년 3월까지 감사인 자율지정을 신청받아 4월중 감사인을 지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