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경민 기자
2012.09.13 14:58:31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기다리고 기다리던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5’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주식 시장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성능과 가격은 예상했던 수준이지만, 애플의 상징인 ‘혁신’의 흔적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흥행 가능성과 투자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드웨어 스펙만 강화됐다는 점이 실망스럽지만, 판매량 자체는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국 현지 전망에 따르면 아이폰5는 출시 첫 주에 1000만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보이며 내년 연간 기준으로는 1억5000만~2억4000만대가 출하될 것”이라면서 “아이폰5에 납품하는 주요 부품업체에 관심을 둘만 하다”고 판단했다. 관련 수혜주로는 인셀 방식 터치스크린 LCD패널을 생산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034220)를 비롯해 SK하이닉스(000660) LG이노텍(011070) 인터플렉스(051370) 등을 꼽았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4분기 아이폰5 판매량은 기존 5000만대에서 4500만대 수준으로 낮춘다”며 “아이폰5용 인셀 방식 터치스크린 LCD 패널 공급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샤프의 생산 차질 때문”이라고 말했다.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1위 자리를 탈환하기는 쉽지는 않지만, 북미 시장에서는 잘 팔릴 것으로 기대했다. 소 연구원은 “북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5의 시장점유율은 50%를 넘어설 것”이라면서 “LG디스플레이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한 편에서는 애플의 아이폰5 판매량이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하고 있다. 애플 관련 부품주들이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이순학 KB투자증권 연구원은 “2년 만에 디자인이 변경된 신제품이 등장했기 때문에 그동안의 대기수요는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올 4분기 판매량은 예상했던 수준이겠지만 내년부터는 판매량 감소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연구원은 “아이폰 판매량이 예상치를 웃도는 서프라이즈를 나타내지 않는 이상 4분기 애플 관련 부품업체에 단가인하 압력이나 재고조정 악재가 있을 수 있다”면서 “애플 관련주보다는 삼성전자(005930)와 삼성전기(009150)에 관심을 두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한은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신제품 스펙 개선과 시장 반응이 예전같지 않다는 점에서 경쟁업체들에 기회”라면서 “하드웨어 상의 강점이 있고 가격 등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어느 쪽이 승자가 될지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해지고 있는 가운데, 다른 한 편에서는 아예 통신주를 담아볼 것을 조언했다. 아이폰5가 LTE 기술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통신사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이 1차 출시국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KT(030200)와 SK텔레콤(017670)에서 다음 달 중 아이폰5가 출시될 가능성이 있다”며 “어려워 보였던 KT의 LTE 가입자 목표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말했다. 그는 “KT의 250만명 아이폰 사용자 중 50만명은 3GS 모델을 사용 중이고, 나머지 200만명 중 상당수는 아이폰4를 쓰고 있다”며 “단순 아이폰 교체 수요만으로도 LTE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